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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예술위원장

Posted September. 03, 20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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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8월 출범한 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제1기 위원 10명의 임기가 지난달 25일 끝남에 따라 2기 위원들이 이번 주 선임될 예정이다. 예술위는 연간 1000억여 원의 예산으로 문화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기구다. 그러다보니 힘이 막강하다. 운영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달 초 1기 활동을 결산하는 자체 평가회에선 위원들의 이념적 편향성, 장르별 나눠먹기, 내 식구 챙기기가 극심했다는 외부인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2005, 2006년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예술위는 최하위였다.

작년 9월 문화연대 공동대표인 김정헌 씨가 2기 위원장에 선임됐다. 형식은 공모였지만 코드 인사에 따른 사전 내정의 의혹이 짙었다. 민중미술 1세대인 김 위원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 전국민족미술인연합(민미협) 공동의장을 거친 좌파 성향의 예술인으로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시각예술분과위원으로 활동하던 1기 때는 자신이 속해 있던 문화연대와 부설 연구소에 예산을 편중지원 했다고 해서 관련 시민단체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다. 평소의 성향이나 전력()으로 미루어 그가 새 정부의 이념이나 정책과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좌 편향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할 만한 적임자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그는 건재했다.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선 남은 2년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해 2기 위원 선임을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꼬리를 내린 쪽은 유 장관이다. 취임 직후만 해도 물러나는 게 순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침묵하고 있다. 문화예술위원장은 10명의 위원들과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 일을 하는 자리다. 위원들 대부분이 전 정권의 코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바뀔 텐데 코드 위원장만 덩그러니 남아 현실적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를 바라보고만 있는 장관은 또 어떻고.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