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엄마 품처럼 느낌표 경영

Posted October. 27, 2006 06:59,   

日本語

폐암으로 죽어가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아내는 암 전문가가 다 됐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 내겠다며 밤낮으로 암 관련 서적을 읽고 인터넷을 뒤졌다.

그렇게 하기를 3년. 남편은 세 아이를 놔두고 떠났다. 허망했다.

마치 보물을 땅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난 기분이었어요.

슬픔에 빠진 아내는 회사를 떠올리곤 정신을 퍼뜩 차렸다. 이제 우리 직원들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구나.

대신증권 이어룡(53사진) 회장. 30년 동안 살림만 한 평범한 주부는 2004년 9월 24일 2000여 명의 직원을 보살피는 회장이 됐다.

2년이 갓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3층 회장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제가요. 말주변이 워낙 없어요. 그래서 여태껏 인터뷰도 안 했는데.

항상 직원을 사랑하라

이 회장의 남편 고 양회문 회장은 대신증권 창업주 양재봉(81) 명예회장의 아들. 그는 2001년 회장 직에 올랐지만 2004년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아들은 대학생으로 어렸다.

처음에는 여의도에 오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 때까지 몇 개월을 계속 공부만 했어요. 그때 직원들이 회장님, 힘내세요라는 격려 편지를 보내 준 게 큰 힘이 됐죠.

그가 회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첫 번째 한 일은 월급 10% 인상. 하지만 사기 진작 차원에서 한 일이 오히려 반발을 샀다.

힘을 합쳐도 살기 힘든 판에, 회장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월급을 올리느냐는 반응이었어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회사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이 회장은 취임 직후 110개 전국 영업점을 모두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지방의 영업점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걸 파악한 뒤엔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낡은 점포의 시설을 다 뜯어고쳤다.

(시아버지인) 명예회장님이 제게 부탁하신 건 딱 한 가지였어요. 항상 직원을 사랑하라는 것이었죠. 우리 회사는 구조조정이 없습니다. 살든 죽든 항상 같이 굴러가는 거죠.

현정은 회장, 양귀애 고문 등과 친해

인터뷰 내내 이 회장은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겉보기엔 회장이라기보다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았다.

경영 철학을 물어봤다. 임직원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과 가깝게 지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기업 총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분들이다. 서울종합과학대 최고경영자과정을 같이 다니고 있다.

어제도 현 회장하고 수업을 같이 들었어요. 공부할 때 항상 제가 옆자리예요.(웃음) 여행도 같이 다니고 서로 의지가 많이 돼요. 요즘엔 현 회장이 북한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자녀 얘기로 넘어갔다.

2남 1녀 가운데 장남인 양홍석(25) 씨가 올해 8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신증권 공채 43기로 입사했다.

홍석이는 지점 근무를 시킨 뒤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게 할 생각이에요. 명예회장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1975년 업계 첫 증권거래소 상장, 1979년 첫 전광시세판 설치, 2001년 누적 사이버 거래액 1000조 원 돌파.

대신증권은 한국 증권산업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5, 6위권에 머물러 있다.

대신증권이 앞으로 살아나갈 생존법이 궁금했다.

우리가 리테일(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하는 영업)은 강했지만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쪽은 많이 부족합니다.

대신증권은 전체 수익구조에서 위탁수수료 비중이 60%에 이르지만 자산관리는 12%, IB사업은 2%에 불과하다. 닛코코디알그룹 등 일본의 금융기관들과 잇달아 전략적 제휴를 한 것도 해외 선진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쉬어도 전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대신증권을 증권업계의 명품회사로 키우겠습니다. 남편도 그걸 바랄 거예요.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