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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친절한 정부

Posted December. 21, 2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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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부가 농기구 살 돈을 빌리러 은행에 갔다. 은행에선 농지개혁기관이 내준 생산적 농장 증명서를 요구했다. 애써 만들어 갔더니 또 퇴짜였다.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를 청원했다는 2년 전 과거사가 드러나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한 베네수엘라 소식이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무료 교육, 무료 의료에 식료품비를 대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환호했다. 사법, 금융, 언론은 물론 사기업도 사회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정책에 박수를 쳤다. 그 친절한 정부가 자신의 삶을 훼방하기 전까지는.

차베스 집권 7년간 산업체의 40%가 파산했다. 빈곤층은 1999년 54%에서 지난해 60%로 늘었다. 석유 국유화로 오일 노다지가 쏟아지는데도 이 꼴인 건 21세기 사회주의 혁명 중인 정부 탓이 크다. 탁월한 정부가 인간과 사회를 개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좌파의 특징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지전능하지 못하고 온갖 세상사를 절대선으로 이끌 수는 없다. 참여민주주의를 내세워 온 대통령에게 국민은 25%만 총선에 참여하는 것으로 민의()를 대신했다.

지구 반대편 또 다른 참여정부인 노무현 정부는 사립학교의 개방형 이사에 이어 사회복지법인에도 관선()이사를 참여시킬 모양이다. 절대 좌파정부가 아니라면서도 문어발식 좌파적 정책만 내놓다니 희한하다. 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위한 임의규정이라지만 관선이사는 정부의, 정부에 의한, 정부를 위한 불투명한 사회 복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제도로 감독하지 못한 무능함을 문어발 관선으로 감출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

공산주의를 경험한 레셰크 발체로비치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제3세계의 국가주의 몰락, 공산 소련의 붕괴, 유럽 사회주의 경제 침체 등을 볼 때 정부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결론은 분명하다고 했다. 좌파를 제외한 세계의 지식인들이 한목소리로 정부는 그만 나서 줄 것을 외치는데 참여정부들은 열심히 그들만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브리태니커사전은 모든 시민 생활을 국가 권위에 종속시키는 정부 형태가 바로 전체주의라고 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