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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두뇌가 한국을 떠난다

Posted November. 19, 20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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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A사의 팀장급 직원 10명은 지난해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가운데 9명은 자체 연구소에서 근무했고 1명은 영업 담당이었다. 모두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로 핵심 인재로 꼽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이유는 A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높은 임금과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 때문. 더욱이 해당 외국기업에는 한국 사정을 잘 아는 한국계 최고기술경영자(CTO)까지 있어 손 쓸 새도 없었다.

A사는 인력 부족은 물론 기술 유출까지 감수해야 했다. 실제로 이들 중 3명은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공계 고급 두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두뇌 유출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고, 기초과학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여론조사 업체인 리서치랩에 의뢰해 47일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7%가 외국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는 박사 47% 석사 40.5% 학사 25.9%가 직간접적으로 이직 권유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박사 학위 소지자는 2명 중 1명꼴로 외국 회사들이 전직을 타진한 셈.

외국 회사로 직장을 옮길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5.3%가 진지하게 고려 중, 33%는 고려하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기회만 있으면 외국기업으로 옮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외국에서 공부한 고급 인력이 귀국을 꺼리는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32004년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은 7290명으로 20002001년(5830명)보다 2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 체류 외국인 학자 및 연구원 중 한국인 비율은 중국에 이어 2위다.



고기정 김훈기 koh@donga.com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