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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랏빚까지 내 가며 대북 지원하나

Posted November. 03, 20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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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어제 국회에 제출한 2006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을 통해 정부출연금 6500억 원 외에 국채 발행으로 45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금 걷기가 어려우니 빚을 내서라도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또 쌀 비료 외에 농업 경공업 등 6개 분야에 내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총 5조25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북한이 최근 요구한 섬유 3만 t, 신발 6000만 켤레분의 일부도 수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굶어 죽는 북한 주민의 처참한 현실을 고려할 때 기아()를 해소하기 위한 식량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의류와 신발까지 책임지는 것은 지나치다. 현 정권의 실정()으로 몇 년째 불황의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납세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다수 국민이 부담하기 힘들 정도로 세금을 올리고도 재정이 부족하다며 미래 세대가 부담할 나랏빚을 겁 없이 늘려온 게 이 정권이다. 여기에다 나랏빚 항목으로 대북 지원 빚까지 추가하겠다니 이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당장 내년에 봉급생활자가 내야 할 근로소득세는 올해보다 12.4%나 늘어난다. 국세청은 대기업에 대해 5년 주기로 실시하던 정기 세무조사를 4년마다 실시하기로 바꿨다. 9월부터 2000여 개 업체가 밀집한 용산 상가에 대한 대대적 세무조사가 이뤄지자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올해 들어 8월까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조세 관련 소송은 3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1건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국세청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수도 2000년 1만1562건에서 지난해 1만6038건으로 39% 증가했다.

현 정권은 조세 저항에 부닥치고 나랏빚까지 내 가며 대북 예산을 늘리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선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 이러니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68.9%는 대북 지원 액수가 많다고 응답했다. 또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대북정책은 북한의 개방화 추진, 인권 개선 등을 꼽았다.

북한 주민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성장과 효율을 가져오는 시장경제의 도입과 개방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북 지원 예산도 신발이 아니라 시장경제 구축에 맞춰 효율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