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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자회담 타결을 환영한다

Posted September. 20, 20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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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2003년 8월 시작 이후 35개월에 걸친 대장정 끝에 마침내 타결됐다. 6개국은 핵() 없는 한반도 원칙을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어제 베이징에서 발표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넘어서는 새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

우리는 이번 합의가 한민족을 재앙에 빠뜨릴 수 있는 핵전쟁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 특히 우리 정부가 대북() 전력지원을 골자로 한 중대제안을 통해 협상 타결의 물꼬를 트고 미국을 설득해 평화적 핵 이용권을 수용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한 점을 평가한다.

이번 협상타결의 최대 수혜국은 북한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받은 것은 물론이고 숙원()이던 미국의 불침공() 약속과 체제안전보장, 그리고 미-일 양국과의 관계정상화 약속까지 한꺼번에 받아냈다. 한국 정부의 200만 kW 전력 지원과 참가국들의 에너지 지원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하면 경수로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북한이 거둔 최대의 수확은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부터 국제적 관례와 상식에 바탕을 둔 내정과 외교를 펼 것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신뢰와 투명성이다. 앞으로 진행될 IAEA의 핵사찰에 무성의한 자세를 보이면서 지원만 챙기려 한다면 전력 공급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중유와 경수로 지원 부담까지 져야 될지 모르는 한국 정부로서는 국내 여론을 설득할 길이 없다. 특히 1993년 1차 핵 위기나 2003년 2차 핵 위기 때처럼 합의의 틀을 깨는 행동을 할 경우 베이징 합의도 사문화() 돼버린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 되고 북핵 문제는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우리가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키 위해 11월 재개될 5차 6자회담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성과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협상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요구하면서 한국을 배제한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줄곧 주장해왔다. 구체적 협상과정에서 당사자 논란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인 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는 군축()문제가 가장 긴요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그런 만큼 북한은 이제 남측과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이 강조하는 민족끼리의 진정성을 확인시키는 길이다.

이번 베이징 합의의 기초가 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만 해도 북이 그동안 신뢰와 공존의 정신으로 노력했다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진전을 보였을 것이다. 어제의 역사적 합의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희망의 로드맵이 될 수 있도록 북한이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