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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e스포츠 힘세네

Posted August. 01, 200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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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6시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무대를 바라보고 줄지어 놓인 플라스틱 의자 8000개가 청소년들로 꽉 채워졌다.

50평쯤 되는 대형 무대 위에는 개인용 컴퓨터(PC) 2대와 의자 2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공연장 매표소 모양의 간이 부스가 양쪽에 놓였다.

PC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실력을 겨루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5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의자에 앉지 못한 청소년도 족히 2만 명은 됐다. 이들은 백사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홍진호 임요환 등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의 이름을 외쳤다.

10대가 열광한다

의자를 차지한 8000명은 하루 전인 29일부터 이곳을 찾아 입장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대부분 10대 청소년이었다.

앞에서 10번째 줄에 앉은 이치원(16부산 해남중 3년) 군은 같은 반 친구들과 오전 7시부터 기다렸지만 이미 앞에 500명이 넘게 있었다며 이 정도 앞에 앉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회장을 가득 메우고 피켓을 흔드는 10대들에게 게임은 기성세대의 바둑과 같다. 바둑은 야구나 축구처럼 뛰고 달리진 않지만 두뇌싸움에 체력까지 동원되는 일종의 스포츠. 스타크래프트도 전략 수립과 체력이 승부의 관건이다.

게다가 바둑과 달리 빠른 손놀림이 중요하고 팀 경기가 가능하며 한 게임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530분으로 짧다. 또 볼거리가 많아 영상에 익숙한 10대들에게 인기다.

기업도 열광한다

SK텔레콤과 KTF가 7전 4선승제로 맞붙은 이날 경기는 SK텔레콤이 4 대 1로 이겼다. SK텔레콤은 선수들에게 총액 기준으로 1억 원 이상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SK텔레콤이 거둔 이익은 이보다 훨씬 크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게임단 운영으로 150억 원의 마케팅 비용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게임단 운영에 쓴 돈은 20억 원. 경쟁사인 KTF도 최근 5년간 45억 원을 지출해 468억 원 규모의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자체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프로축구나 농구단을 운영하는 비용은 연간 50억100억 원 규모지만 프로게임단은 5억20억 원이면 충분하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

특히 게임 팬인 10, 20대는 정보기술(IT) 제품의 주요 소비계층과 겹친다. SK텔레콤, KTF, 삼성전자, 팬택앤큐리텔 등이 e스포츠 구단주로 활동하는 건 이런 이유다.

불투명한 미래

하지만 e스포츠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우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가 문제다.

스타크래프트는 미국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게임인데 나온 지 벌써 8년째라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e스포츠 관련업계는 국산 게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팬들의 호응이 적어 여전히 스타크래프트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이안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으로 e스포츠가 성공했지만 종목 편중으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게임사와 협력해 국산 e스포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