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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는 어디에

Posted July. 15,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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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의 수장(), 경제부총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한 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경제수장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책의 주도권은 청와대, 총리실, 여당으로 넘어갔으며 경제부처들의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도 실종된 상태다. 합리적 개방주의자인 한 부총리의 철학이 정책에 스며들지 못할뿐더러 전체 경제부처를 이끄는 리더십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의 축소된 위상은 부동산 문제, 수도권 규제 완화, 서비스업 개방, 성장잠재력 배양 등 중요 이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이 불안해 2주 전부터 내가 직접 대책을 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부동산 문제를 당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제문제는 경제부총리가 최종 책임자라는 인식이 당-정-청 내부에서 깨지고 있는 것.

부총리로서의 발언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한 부총리는 4월 29일 브리핑에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는 중장기 세제개편 과제로 연구해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닷새 뒤인 5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를 실시하고 2007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됐다.

금리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올라 시장이 한 부총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한 부총리는 4일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라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청와대 참모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7일 언론사 국장단 간담회에서 원가공개는 우리당의 총선공약사항이며 공개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왜소해진 것은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고위관료는 과거 재경부가 하던 역할을 요즘은 총리실이 하고 있다며 토론을 통한 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비전문가들이 나서서 간섭이 많아지면서 경제정책의 효율성과 집행속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산하 각 위원회가 정책집행에 간섭하면서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더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익대 김종석() 경영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한 부총리를 경제정책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시장도 부총리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부처의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완화, 부동산 원가공개, 서비스업 개방 등에서 한 부총리가 균형성장을 강조하는 청와대와 당에 맞서거나 설득을 해서 자신의 철학이 담긴 정책을 펼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자신의 뜻을 굽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병기 신치영 eye@donga.com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