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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정책 실패 인정하고 대안 찾아야

[사설] 부동산정책 실패 인정하고 대안 찾아야

Posted June. 04, 200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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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출범 이후 최근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주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겨냥한 부동산 세금 무겁게 매기기가 핵심이다. 그러면서 지역 균형을 내세워 행정도시 추진과 함께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개발사업을 쏟아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서울 강남의 집값과 전국의 땅값이 폭등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거듭 강조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과천 분당 용인 평촌 등 경기 남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50평형대 아파트 값은 한 달 새 3억 원 이상 급등한 반면 강북 지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54부동산대책 이후 지난달 6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전체의 아파트 값은 평균 0.61% 올랐다. 정부대책의 표적인 강남 서초 송파구의 집값 상승률은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전국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2년 사이 500조 원이나 올라 올해 2000조 원을 넘어섰다. 개별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18.9% 뛰었다. 공시지가 조사가 시작된 1990년 이래 최고의 상승률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임 김대중 정부가 2000년부터 지나친 내수() 확대정책을 쓰는 바람에 시중에 수백조 원의 돈이 풀렸다. 그런 가운데 현 정부는 친()기업, 친시장 정책을 통해 돈이 생산적 투자로 흘러가도록 하지 않고, 분배와 균형을 앞세워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고집했다. 결국 분배 문제는 개선되지 않은 채, 돈은 부동산 투기와 해외로 흘러갔다.

현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정책 기조는 때려잡기식 강경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정책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강남 재건축 투기를 막는다며 개발이익환수제와 기반시설 부담금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공급 축소와 가격 상승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지역 집값은 앞으로 공급이 더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뛸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정책의 악영향으로 주택시장 전반과 건설시장이 더욱 침체됨으로써 서울 강북 등 수요가 적은 지역의 집값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불균형적 양극화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과중한 부동산 세금은 전반적인 소비 침체까지 부채질하면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많이 오르는 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것이 시장원리이고 상식이다. 아울러 긴 안목에서 타 지역의 교육 및 생활여건을 개선해 강남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공급억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땅값도 큰 문제다. 정부는 지역균형개발을 내세우지만 균형은 사라지고 개발만 부각되면서 전국 곳곳이 투기장으로 변했다. 정부는 충청권 행정도시 외에도 혁신도시 11개, 기업도시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재원을 민간에 분양하는 택지자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라지만 지금처럼 땅값이 뛰어서는 부지 매입과 분양이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땅값 상승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임금이 9배, 땅값이 3.6배, 법인세가 1.8배라고 한다. 한국 공단의 m당 토지구입 가격은 14만7000원인 데 비해 중국 개발구는 4만740원이다. 미국 앨라배마 주는 현대자동차에 공장부지 210만 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고임금과 고율의 세금, 각종 규제 때문에도 기업하기가 힘든데 땅값까지 올려놓는 것은 기업을 해외로 몰아내는 것과 다름없다.

땅값 상승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또 국책사업의 토지보상비를 늘려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일반적으로는 투기심리가 성행하고 건전한 근로정신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땅값 상승의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주요 개발예정지는 투기를 노린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과격한 부동산정책과 설익은 지역균형개발정책이 빚고 있는 집값, 땅값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의 정책 실패가 총체적 난국의 한 뿌리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시장의 심리와 원리를 따르는 정책대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