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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마보이 가장

Posted May. 04, 2005 23:17,   

日本語

가족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패밀리(family)는 퍼밀리어(familiar)에서 나왔다. 익숙한 사이라는 의미다. 중국은 일가(), 일본은 가족()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한 지붕 밑에 모여 사는 무리라 하겠다. 한편 한국은 식구()를 즐겨 사용해 왔다. 한솥밥을 먹는 식사 공동체인 셈이다. 식구가 아닌 가족은 동거인()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장인 40, 50대 남자는 이따금 서글퍼질 때가 있다. 마누라가 밥을 제때 챙겨 주지 않거나 아이들과 한 식탁에서 밥을 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곤 한다. 늦게 귀가해도 아랫목이나 이불 속에 밥이 묻혀 있던 시절의 추억과 아무리 술에 취해 들어와도 속 버리지 말라며 밥상을 차려 내오시던 어머니가. 가난했지만 가족 간의 정은 훨씬 부자였던 시절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이따금 가출()의 충동도 느낀다. 자식들의 요구가 너무하다고 생각되거나 아내와 아이들이 투합해 가장을 왕따로 만들어 버릴 때다. 직장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왔을 때 아이들이 어쩌다 제 방에서 나와 인사라도 하면 오히려 황송할 정도가 아닌가. 자식이 부모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지만, 가장 또한 자식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슴에 피멍이 들 때가 있다.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나도 나의 어린이날을 맞고 싶다. 오늘 어린이날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한테 가서 하룻밤 자고 오고 싶다. 쉰 살이 된 자식도 어머니에겐 한갓 철없는 어린이 아닌가. 아내가 아무리 정성들여 식탁을 차린들 어머니가 이제 막 내오신 조촐한 밥상에 비하랴. 어머니한테 길들여진 아들의 입맛은 아무리 솜씨 좋은 아내도 빼앗을 수 없다. 칠순, 팔순 노모도 어린이날에는 머리가 허옇게 벗겨진 자식을 걱정하며 그리워한다고 한다. 부모는 늙어 죽도록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은 끝까지 부모를 괴롭히는 존재로구나.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