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일본이 답할 차례다

Posted March. 17, 2005 22:35,   

日本語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기조를 대폭 수정하겠다는 이른바 대일() 신 독트린을 발표했다. 독도와 교과서 왜곡을 과거 식민지 침탈과 궤를 같이하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단호히 대처하고, 이런 우리의 대의와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당당히 밝히며, 인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 입각한 대일 외교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인적 물적 교류사업은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견지해 온 조용한 외교를 버리고 할 말은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일본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 눈 감고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일본 정치권의 주류가 전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전후세대로 물갈이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웃나라에 숱한 고통을 안긴 전쟁 책임은 특정 정부나 개인이 떠맡을 문제가 아니다. 좋든 싫든 일본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일본은 이웃나라의 자존심과 피해를 회복시켜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역사적 짐을 벗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신 독트린은 일본이 그럴 의사를 갖고 있느냐를 정색을 하고 묻는 것이다. 이제는 일본이 그 질문에 솔직하고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의 대일 외교 기조를 냉철하고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생각해 보지 않은 듯 대통령까지 나서 과거사는 외교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경솔했다. 이런 발언은 일본과의 교섭역량도 크게 떨어뜨렸다. 외교는 국익의 극대화가 궁극적 목표이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지는 국가역량에 달려 있다.

엄혹한 현실은 한 국가의 존속을 위한 경제력과 안보능력, 원만한 국제관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라는 것도 현실이다. 신 독트린이 일본을 동반자이자 운명공동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감정만 의식해 국익마저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감정과 국익이 배치될 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것도 국가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