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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위해 평생 바친 ‘세계 보건대통령’...교과서로 만난다

환자 위해 평생 바친 ‘세계 보건대통령’...교과서로 만난다

Posted September. 02, 2020 08:57,   

Updated September. 02, 20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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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으로 일하다 2006년 세상을 떠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사진)의 삶이 교과서를 통해 초등학생에게 소개된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과 함께 초등학교 5, 6학년용 보건교과서인 ‘함께하는 보건’에 이 전 총장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1일 밝혔다. 이 전 총장을 다룬 내용이 교과서에 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보건교과서는 10년 만에 개정된 것으로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승인함에 따라 2021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전 총장의 삶은 환자를 위한 헌신 그 자체였다. 서울대 의대 재학 중에는 경기 안양시 라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이어 미국 유학 후 1983년 남태평양으로 건너가 열정적으로 한센병 환자를 치료했다. 현지에선 그를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렀다. 1983년 한센병 담당 의무관을 통해 WHO 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부터 지역사무처 질병관리국장, 예방백신 사업국장, 세계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예방백신 사업국장 시절 전 세계 소아마비 유병률을 인구 1만 명당 1명 이하로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미국에서 출간된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그에게 ‘백신의 황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전 총장의 순애보도 늘 화제였다. 그가 라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볼 때 마침 수녀를 꿈꾸며 봉사활동을 하던 동갑내기 일본인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玲子) 여사를 만나 인연을 맺었고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고통받는 환자를 위한 일이라면 늘 두 사람이 함께 했다.

 2003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이 된 이 전 사무총장은 재임 당시 저개발 국가의 전염병 퇴치에 헌신했다. 2005년까지 300만 명이 에이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3 by 5’ 캠페인을 추진해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같이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각국이 WHO에 즉각 보고하도록 국제보건규칙을 바꾼 것도 그의 업적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한 해 150일 동안 출장을 다니면서도 “가난한 회원국들의 분담금으로 호강할 수 없다”며 비행기 일반석만 고집하고, 스위스 제네바의 소형 임대주택에 살며 관용차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61세이던 2006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5년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후 레이코 여사는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페루 빈민가에서 여성의 자립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개정판 보건교과서에는 이 전 사무총장의 생애와 업적이 알기 쉽게 담겼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추무진 이사장은 “‘세계의 보건대통령’으로 불린 이 전 사무총장을 더 많은 어린이들이 알게 될 것”이라며 “그가 추구했던 봉사와 헌신을 실천하고, 보건의료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