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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로나 백신 나오나

Posted May. 08, 2020 08:50,   

Updated May. 08, 20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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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치료 및 예방과 관련한 기초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구조부터 환자 사례 보고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구 이면에는 이들을 뒷받침한 숨은 공신들이 있다. 안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몸을 바친 실험동물과, 수백 명의 과학자를 대신해 복잡한 데이터 계산을 지원한 슈퍼컴퓨터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영장류 모델이 이번 주 첫 치료제 실험에 들어갔다. 국내 연구기관이 운용하는 슈퍼컴퓨터도 코로나19 연구자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 국내 기술로 코로나19 영장류 모델 개발 성공 

 동물실험은 치료제와 백신의 효과를 생체에서 확인하는 첫 단계다. 인간과 유사한 바이러스 감염 및 증상을 보이는 동물이 대상이 된다. ‘비인간 영장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공헌자로 꼽힌다. 붉은털원숭이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3월 미국국립보건원(NIH)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에 따르면 이 원숭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8∼16일 동안 병증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는 사람처럼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지만 코와 목에서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폐침윤물이 형성되는 등 증상이 인간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인간의 경증 또는 중간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감염 동물 연구 모델로 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중국 생명공학기업 시노백은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붉은털원숭이 8마리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거쳤다. 치료제로 주목받는 렘데시비르 역시 지난달 중순 붉은털원숭이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거쳤다.

 국내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가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증상을 보이는 붉은털원숭이를 활용해 분석 모델 2종을 개발했다. 이 원숭이들은 이달 초 국내 기업 한 곳의 치료제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첫 실험에 들어갔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7일 “경증 및 중간 정도의 증상을 고르게 보이는 영장류 모델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며 “생물안전3등급(BSL3) 시설에서 실험동물 윤리를 고려한 복잡한 절차를 모두 따르면서도 개발 기간을 평소의 2분의 1∼3분의 1로 줄여 두 달 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류 센터장은 “여러 기업을 선정한 상태이며 치료제부터 백신까지 실험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인간과 비슷한 단백질 만드는 쥐 만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

 생명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쥐 역시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상피세포에 감염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면 단백질인 에이스투(ACE2)가 사람과 많이 달라 바로 감염실험에 쓸 수는 없다. 하지만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을 계기로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인간의 ACE2를 지닌 마우스를 개발하면서 감염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쥐의 배아와 정자를 보관하던 미국의 의학연구소인 잭슨연구소는 최근 이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다시 발굴해 인공수정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전임상시험을 위해 ACE2 단백질을 지니고 폐 병변을 일으키는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개발하고 있다.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서울대 수의대 교수)은 “바이러스 변이 상황을 고려해 5종의 코로나19 감염 모델 마우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5∼6월 첫 새끼를 낳으면 8월쯤에는 연구기관 등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햄스터와 흰족제비(페럿)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햄스터는 ACE2 단백질이 쥐보다는 사람에 더 가깝고 페럿은 폐의 생리학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다.

○ 단백질 구조 연구, 치료 화합물 후보 검출 돕는 슈퍼컴퓨터

 슈퍼컴퓨터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 초기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고 다양한 후보물질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확인하는 데에는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 연구자 개인이 이런 컴퓨터를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지닌 연구소들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오픈사이언스그리드(OSG)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원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생산하는 막대한 입자물리 충돌실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입자물리학 외에 구조생물학 등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LHC팀 외에도 미국의 국립연구소와 대학 등 70여 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바이러스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밝히는 자발적 시민과학 프로젝트인 ‘폴딩앳홈’ 등을 현재 지원하고 있다.

 IBM과 아마존웹서비스, 엔비디아, 구글클라우드 등 기업과 미국의 7개 국립연구소, 대학 등 37개 기관이 연합한 ‘코로나19 고성능컴퓨팅(HPC) 컨소시엄’ 역시 단백질 및 유전물질(RNA) 입체구조 해석 등 41개 코로나19 관련 구조 연구 지원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및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연구자에 한해 기간 제한 없이 신청을 받는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