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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은 ‘운전 맛’ 포기 안할 것”

“자율차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은 ‘운전 맛’ 포기 안할 것”

Posted March. 26, 2018 08:53,   

Updated March. 26, 20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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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역할에는 변화가 올 것이고 피할 수 없다. 차를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 등 모든 기능을 통합하고 모빌리티(이동수단)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5, 6월경 한국에 신형 CLS(더 뉴 CLS)를 출시한다. ‘4도어 쿠페’ 시장을 연 CLS는 이번에 구형 모델과는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과 주행성능으로 무장했다. 지난달 26일 벤츠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글로벌 시승회를 열었다. 이번 CLS 개발을 진두지휘한 미하엘 켈츠 메르세데스벤츠 CLS 개발총괄(59)을 만났다.

 가장 먼저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화두인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에 대해 물었다. 컴퓨터가 스스로 도로와 지형지물, 보행자를 인식하고 주행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운전 영역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는 사람처럼 실수로 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완성차 업체와 각국 정부도 기술 개발 경쟁 중이다.

 켈츠 총괄은 “현재의 상황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운전하는 재미와 그 형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감정, 정서는 불멸의 것이고 운전하는 행위를 통해서 그것들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무인(無人)차’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된다 해도 “대중교통이나 화물 운송 등에서는 유용하게 활용되겠지만 일반 승용이나 개인의 자동차에는 여전히 직접 운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미래도 밝게 봤다.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 내에서 내연기관 차량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켈츠 총괄은 이에 대해 “매우 정치적인 문제지만 내 생각에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한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잘 팔리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디젤 엔진은 이미 옛날부터 미세입자 필터가 장착돼 먼지를 걸러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벤츠,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역할에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구글, 애플, 우버, 엔비디아 등 소프트웨어나 정보통신, 차량공유 기업들이다. 켈츠 총괄은 “벤츠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기업들의 기술을 종합하고 전체적인 시스템과 생태계를 만드는 데까지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기기), 앱스토어, 클라우드 등으로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신형 CLS를 만드는 과정에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CLS가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국가다. 켈츠 총괄은 “예를 들어 멀티컬러의 실내 디자인은 한국의 피드백으로 실현됐고, 매우 큰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것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소비자들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오히려 전통적인 아날로그 계기판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한국은 디지털에 관심이 많고 민감하며 유럽보다 소비자 연령대가 월등히 낮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매우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시장’이라고 지칭했다.

 이번 CLS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상어의 앞모습을 닮은 일명 ‘상어 코’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매우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모양새다. 켈츠 총괄은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상어 콘셉트를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차종으로 아우디 S7을 꼽았다. 그는 “CLS가 스포티함과 디자인을 추구했다면 아우디는 실용성이 강조됐다”고 차이를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어머니가 독일 시골 지역에 사시는데 현대차 i10을 탄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