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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버지 들었을까... 정승환, 생애 최고의 애국가

하늘의 아버지 들었을까... 정승환, 생애 최고의 애국가

Posted March. 19, 2018 07:41,   

Updated March. 19, 201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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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에서 승리한 후 빙판 위에 태극기를 놓고 애국가를 불렀다. 감격스러운 승리에 선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신 아버지! 제가 해냈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관중들도 선수들도 다 함께 눈시울을 붉힌 그때,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 정승환(32·포워드·사진)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2014 소치 패럴림픽을 앞두고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패럴림픽 메달을 따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 내가 운동을 하는 것을 반대하셨던 아버지가 그때는 응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치에서 대표팀은 7위에 그쳤고 정승환은 메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정승환은 “4년 만에 평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늦었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켜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승환이 맹활약한 대표팀은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었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사상 패럴림픽 첫 메달(동메달)이다.

 정승환은 경기 종료 3분 18초 전에 상대 골대 뒤편으로 파고든 뒤 강력한 패스를 연결해 장동신(42)의 결승골을 도왔다. 정승환은 “내가 아니라 누구든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과거에 아픔을 안긴 이탈리아를 꺾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소치 대회에서 정승환과 대표팀에 아픔을 안긴 팀이다. 당시 대표팀은 예선 1승 1패를 기록한 상태에서 이탈리아에 1-2로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정승환은 “아버지를 목포에 있는 봉안당에 모셨다. 대회가 끝났으니 동메달을 들고 당당히 아버지께 가겠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애국가를 부른 정승환은 “내 인생 최고의 애국가였다”고 말했다.

 정승환은 다섯 살 때 공사장에 쌓아 놓은 파이프 더미에 깔리면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체격(167cm, 53kg)은 왜소하지만 스피드가 탁월하다. 상대팀은 그를 막기 위해 몸과 썰매를 부딪쳐 온다. 이날도 그는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뛰었다. 정승환은 “경기 전날에는 진통제 주사를 맞았고, 경기 중에는 진통제 알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정승환은 체코와의 2차전 연장 결승골을 비롯해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