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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폭탄’ 외면한 산업부, 대통령 말해야만 움직이나

‘전기료 폭탄’ 외면한 산업부, 대통령 말해야만 움직이나

Posted August. 13, 2016 07:07,   

Updated August. 13, 20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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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와 새누리당이 그제 당정회의에서 올 여름(7∼9월)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해 전국 2200만 가구의 전기료를 평균 19.4% 인하하기로 했다. 당정은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누진제 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영혼 없는 관료’의 꼴불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달 말부터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촉발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에어컨을 하루 4시간만 틀면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요금 폭탄’이란 말은 과장”이라고 주장해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산업부 내에서는 “전기료 누진제 완화는 ‘부자 감세’”라는 말도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만나 개선 방침을 밝히자 불과 3시간 만에 긴급 당정협의를 거쳐 보완대책이 나왔다. ‘전기료 폭탄’ 여론에 완강하게 귀를 막고 “제도 개편은 없다”고 되뇌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비단 산업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완화에서도 드러났지만 대통령이 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이 정부부처의 체질로 굳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올 2월 CEO 스코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료 출신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대표 104명 중 산업부 퇴직 관료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2억36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도 노무현 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산피아(산업부+마피아)’ 출신이다. 대표 외에도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감사나 일반 임원으로 옮긴 사례도 많다. 산업부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선을 외면한 것이 관업(官業) 유착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온다.

 2005년 만들어진 현행 가정용 전기료 체계는 누진제가 6단계나 되고 최저 1단계와 최고 6단계의 등급간 단가 격차가 11.7배나 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기 힘든 징벌적 요금 체계다. 감사원이 2113년 6월 산업부와 한전에 개선을 권고했고, 조환익 사장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산업부는 땜질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연내 시행을 목표로 가정용 전기료 체계의 비정상을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진제 완화에 따라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도 있다.



권순활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