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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트럼프’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의 변신

‘필리핀의 트럼프’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의 변신

Posted May. 12, 2016 07:43,   

Updated May. 12, 20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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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를 가리지 않고 험담과 막말을 쏟아내 입이 험하기로 이름난 ‘필리핀의 트럼프’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71)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부모의 묘소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당선 결과를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두테르테 시장은 당선이 확정된 10일 새벽 다바오 시에 있는 부모 묘를 찾아가 무덤에 입을 맞춘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엄마 도와주세요”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I'm just a nobody)”라고 말하며 흐느끼기도 했다. AP통신 인터뷰에서는 “극단적으로 겸손한 자세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받아들이겠다”며 “업무 시간뿐만 아니라 잠자는 중에도 나랏일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마닐라 만에 버리겠다” “자식이라도 마약을 하면 죽이겠다” 등 막말과 기행을 이어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미국 CBS 방송은 “필리핀의 트럼프가 당선 이후 부드러워졌다”고 전했고, 현지 언론은 “마마보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두테르테 캠프는 당선인이 그동안 보여준 경솔한 이미지와 외설스러운 농담, 기이한 공약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선거용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시장의 대변인인 피터 라비냐는 AP통신에 “(막말은 선거란) 게임의 일부분”이라며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코믹하게 행동해야 하고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한) 농담을 하고 크게 웃기도 해야 청중의 시선을 2, 3시간 동안 잡아둘 수 있다”며 “과거 다바오 시장 선거 때도 똑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범죄 척결과 관련된 강경 발언만은 농담이 아니라고 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범죄 예방을 위해 오후 10시 이후 미성년자 통행 금지, 새벽 시간 공공장소에서의 주류 판매 및 음주 금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필리핀주가지수(PSEi)는 전날보다 2.6% 오른 7,174.88에 마감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