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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4차 핵실험 도발 직전 미와 ‘평화협정’ 물밑접촉

북 4차 핵실험 도발 직전 미와 ‘평화협정’ 물밑접촉

Posted February. 23, 2016 07:14,   

Updated February. 23, 20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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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북-미 양국 간에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비공식적인 논의가 오갔지만 의견 차만 확인하고 결렬된 것으로 밝혀졌다. 모란봉악단의 철수로 북-중 관계 개선을 포기한 북한은 미국에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한 뒤 이마저 퇴짜를 맞자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엔 북한대표부는 ‘뉴욕 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에 “평화협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뉴욕 채널은 북-미 양국이 실무적인 대화를 주고받아 온 비공식 대화 창구다. 통상 북한에선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미국에선 6자회담 특사가 나선다. 현재는 장일훈 차석대사와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이 파트너다.

 제안을 받은 국무부는 일단 응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이미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된 만큼 미국도 추가 정보 수집이 필요했다. 하지만 뉴욕 채널의 미국 측 파트너인 6자회담 특사 자리는 지난해 9월 시드니 사일러가 국가정보국(DNI) 선임보좌관으로 복귀한 뒤 사실상 공석인 상태였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램버트 과장이 특사 자리를 겸하고 있지만 이번 접촉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은 유엔 대사관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고 평화협정 논의는 그 후에나 가능하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이를 거부했고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추후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하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북-미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합의했으며 미국이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포기하고 논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제안을 검토한 후 비핵화가 논의에 (함께)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북한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WSJ 보도로 볼 때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수도 있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외교부는 22일 “평화협정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포함한 제반 사항에 긴밀히 협력하고 공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통화에서 ‘어떠한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비핵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북-미가 한국 몰래 비밀 협상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국과 일본 정부도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협의를 이달 중에 열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차관보가 일본을 방문해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심의관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조숭호 기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