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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악 눈폭풍에도 폭설피해 사망자 ‘0’..‘워싱턴의 기적’ 일군 흑인 여시장

미 최악 눈폭풍에도 폭설피해 사망자 ‘0’..‘워싱턴의 기적’ 일군 흑인 여시장

Posted January. 26, 2016 07:56,   

Updated January. 26, 201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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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틀 만에 햇빛을 보네요.”

미국 동북부에 불어 닥친 금세기 최악의 눈 폭풍이 그친 직후인 24일 오전 미 워싱턴 시청 인근 제설 작업장. 워싱턴 최초의 흑인 여시장인 뮤리엘 바우저(44·사진)는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나와 제설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거리는 엉망이 됐지만 큰 피해 없이 눈 폭풍을 이겨낸 시민과 시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스노질라(snowzilla·‘snow(눈)’와 괴수 ‘고질라’를 합친 말)라고 불릴 정도의 눈 폭풍이었지만 워싱턴에선 폭설의 직접적 피해로 인한 사망자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지난해 1월 취임한 바우저 시장이 보여준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행정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우저 시장은 워싱턴에서 나고 자라 2007년부터 시장 취임 전까지 워싱턴 시의원을 지냈다. 그는 지역 토박이답게 폭설 전부터 시 구석구석을 살폈다. 눈 폭풍 직전인 22일 기습적으로 내린 3cm의 눈이 그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제설 일정이 눈 폭풍 직후로 짜여 있어 이날 내린 적은 눈으로도 시 주변 일부 도로가 마비된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신속히 사과한 그의 진가는 폭설이 시작되자 빛을 발했다.

23일부터 이틀 동안 집무실에서 자며 시 산하에 특별대책본부인 ‘스노팀(snowteam)’을 두고 제설 장비를 점검했다. ‘펩코’ 등 지역 내 전기회사와 공조해 정전 취약 지역을 미리 보수했다. 그 덕분에 눈 폭풍으로 워싱턴 시내에선 예상보다 적은 170여 가구만 정전이 됐고 곧 복구됐다. 인근 필라델피아는 물론이고 중국에서까지 제설용 염화칼슘을 미리 구입했고 400여 대의 제설 차량을 추가로 빌려 놨다.

현지 WJLA방송은 “제설 장비를 충분히 투입해 교통사고를 최소로 줄였고 치명적인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바우저 시장은 이날 브리핑 후 인부들과 함께 직접 삽을 들고 눈을 치우기도 했다.

한편 이번 폭설로 미 동북부 지역에서 25일 오전 현재까지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최고 7억 달러(약 8500억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