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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송유근의 기대와 좌절

Posted November. 26, 20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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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열일곱 살 소년의 논문이라는 말이오? 프랑스 루앙에 살던 소년 블레즈 파스칼이 첫 논문을 발표했을 때 나온 반응이다. 원뿔 곡선에 임의의 육각형을 그리면 이 육각형의 마주보는 면의 세 교점은 한 직선 위에 놓인다는 이 증명은 오늘날 파스칼의 직선으로 불린다. 10대 소년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성과에 당대의 철학자 데카르트도 이 논문을 아버지가 쓴 것으로 오해했다.

하버드대 최연소 입학 기록은 열한 살 윌리엄 제임스 시디스가 갖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그의 지능은 250에서 300으로 추정된다. 그는 수학 물리학 심리학 역사 언어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17권의 저서와 50편의 논문을 냈으나 한 분야의 대가는 되지 못했다. 시디스의 아버지는 영특한 아들을 천재로 키우기 위해 최면 등 독특한 교육법을 썼다. 성인이 된 시디스가 주변과의 불화, 언론 기피로 은둔생활을 한 것은 부모와 언론의 과도한 기대 때문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한국에도 프랑스의 파스칼, 미국의 시디스 같은 존재가 있다. 송유근 군은 여섯 살에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의 미적분 문제를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초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9개월 만에 통과하고 만 여덟 살에 최연소 대학생이 됐다. 2009년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해 내년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었다. 올해 그의 나이 열여덟 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이 블랙홀 자기장을 주제로 한 송 군의 논문이 표절됐다며 게재를 철회한다고 24일 밝혔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대한 논문 게재가 학위 심사의 전제조건이므로 논문 게재 철회로 내년 송 군의 박사학위 취득도 어려워졌다. 송 군과 함께 교신저자로 참여한 박석재 전 한국천문연구원(KASI) 원장은 13년 전 워크숍에서 발표한 내 논문을 별게 아니라고 생각해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실수라고 해명했다. 천재를 빨리 꽃피우려는 주변의 욕심이 천재를 망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