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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유승민 얄궂은 인연 ...10년의 애증, 결국 파국으로 끝나

박대통령-유승민 얄궂은 인연 ...10년의 애증, 결국 파국으로 끝나

Posted June. 26, 201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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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렇게 되다니.

25일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에게 사실상의 사퇴 요구를 한 상황을 본 한 여권 인사는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과 10년 전 뜻을 함께했던 정치 동반자였고 현 정부 탄생에 힘을 보탠 동지였지만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얄궂은 정치적 운명에 대한 소회다.

2005년 초선 의원이었던 유 원내대표는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삼고초려로 당대표 비서실장이 된다. 이회창 전 총재의 경제 교사로 정계에 입문했던 유 의원이 박근혜의 남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표에게 쓴소리를 가감 없이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고 박 대표도 이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는 친박 내 야당이라 불릴 정도였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정책과 메시지를 총괄하며 최전선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 저격수를 자임했다. 경선 패배 후에는 스스로 자폐증에 걸렸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은둔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인연은 악연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강도 높은 소신 발언이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뒤에는 당명 개정에 반대했고,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기용에 대해 너무 극우다. 당장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겨냥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2월 원내대표 당선 이후 상황도 비슷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 논쟁에서 청와대와 다른 길을 걸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논쟁 과정에서 현 정부의 대응기조를 강력 비난했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통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청 협의를 중단시킨 청와대를 향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한 발언이 결정타였다는 후문이다. 유 원내대표를 향해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느냐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두 사람의 10년 애증관계가 비극으로 치닫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많다.이현수 기자 soo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