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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원 백 바치고 우유주사 한 대만 (일)

Posted October. 31, 20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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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래 1300만 원짜리예요. 아무리 중고여도 300만 원은 쳐줄 텐데.

올해 7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주차장. 소위 텐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 종업원 이모 씨(32여)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직원 조모 씨(42)의 승용차에 서둘러 탔다. 그러고는 자신이 쓰던 에르메스 켈리백 2개와 까르띠에 팔찌 세트 2개를 내밀었다. 켈리백은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하기 힘들다는 최고의 명품 가방이다. 아끼던 물건들을 내준 대가로 이 씨가 받은 것은 50mL짜리 프로포폴 앰풀 16병. 속칭 우유주사로 불리는 마약이었다.

당시 이 씨는 프로포폴을 사는 데 이미 2600여만 원을 쓴 상태였다. 4월부터 조 씨와 거래한 그녀는 한 달에 많게는 800만 원을 프로포폴에 썼다. 급기야 아끼던 물건까지 팔면서 약을 사들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씨는 개당 1200만1300만 원을 호가하는 켈리백 외에도 15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 한 세트도 건넸다.

켈리백을 넘긴 후엔 600만 원 상당의 또 다른 에르메스 가방과 시가 300만400만 원을 호가하는 콜롬보 악어가죽 지갑, 목걸이, 프라다 가방을 주고 프로포폴을 받았다. 이 씨가 5개월 동안 사들인 프로포폴이 90병(4500mL)이나 된다. 마취 시술 한 번에 5mL를 맞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약에도 수천만 원을 쓴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프로포폴을 불법적으로 유통시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씨를 구속 기소하고, 프로포폴을 나른 같은 병원 피부관리사 장모 씨(3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 등 상습 투약자는 계속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성형외과 의사 조모 씨(44)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씨는 2009년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다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사망하게 하는 바람에 병원을 폐업하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의사에서 프로포폴 투약자로 전락한 조 씨는 단골 고객을 위해 서울 강남 일대 주거지와 모텔, 호텔은 물론이고 부산 해운대까지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출장영업을 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중국으로 프로포폴 20병을 몰래 밀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씨는 또 친한 동료의사 이름이 적힌 나무도장을 신분 위조용으로 파 사용하면서 제약사로부터 몰래 약을 사들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선희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