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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버리는 한국, 지구 2.5개 필요 (일)

Posted July. 18, 20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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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강의 땐 24시간 동안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를 전부 봉투에 담아 과제물로 내세요.

16일 여름학기 수업이 한창인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내 한 강의실. 회색 머리의 미국인 교수가 낸 이색 숙제에 학생들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강좌명은 환경 관리와 기업의 역할. 미국 조지 메이슨대에서 온 댄 스클라류 교수가 기획한 이 강좌에서 학생들은 개인과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배운다. 자신의 쓰레기 배출량 알아보기

이튿날 아침 수업을 듣는 19명의 학생과 스클라류 교수는 각각 24시간 동안 만들어 낸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든 채 강의실 앞 공터에 모였다. 봉투 안에는 과자봉지부터 아이스크림 막대, 바나나 껍질, 다 쓴 라이터 등 다양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스클라류 교수는 우선 학생들이 가져온 쓰레기 무게를 쟀다. 수업조교가 출신 국가별로 한국, 중국, 브라질, 독일, 싱가포르 학생들이 몇 g의 쓰레기를 배출했는지 기록했다. 중국인 학생 5명이 모아온 쓰레기는 1kg으로 1인당 200g이었다. 한국 학생 7명은 모두 1.2kg으로 1인당 171g을 배출했다.

반면 브라질 학생 2명과 독일 학생 1명, 싱가포르 학생 4명은 모두 1인당 2040g의 쓰레기를 배출했다.

스무 명의 쓰레기를 모으니 모두 2.5kg이었다. 24시간 동안 1인당 125g씩 배출한 셈이다. 스클라류 교수는 서울 시민을 1000만 명이라고 했을 때 개개인이 배출한 쓰레기만 1250t으로 25t 대형 트럭 50대분이라며 회사나 공장에서 배출하는 것을 더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독일 기업인 지멘스에서 산출한 아시아 녹색도시 지수 조사에서 서울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996kg. 아시아 22개 도시의 평균인 375kg을 크게 웃돌았다.

스클라류 교수는 재활용만 잘해도 쓰레기 처리 비용과 원자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며 재활용 쓰레기통에 잘 분류해서 넣는 습관만으로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친화적 생활 습관이 필요

스클라류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생활 습관을 수치화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미국 지속가능한 경제 연구센터가 제시하는 환경 발자국지수를 학생들에게 산출해 보게끔 한 것이다. 자신의 식사 습관, 주거 형태, 운송수단 이용 형태, 물 절약 습관 등 27개 질문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활 습관대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살 때 지구는 몇 개나 필요한지 추산해 보는 방식이다.

브라질, 독일 학생들은 각각 1.8, 1.9개의 지구를 필요로 했지만 한국 학생들은 2.5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클라류 교수는 이번 수업에서 산출한 결과가 매우 정밀하다거나 각자 국가를 대표할 만한 지표는 아니지만 학생 개개인에게는 분명히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이 끝난 후 스클라류 교수는 학생 8명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 가서 함께 식사를 했다. 한 번의 식사로 배출된 쓰레기 양은 1인당 평균 111g이었다. 24시간 동안 배출한 1인당 평균 쓰레기량 125g의 89%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스클라류 교수는 우리가 왜 일회용품과 패스트푸드 등을 멀리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예라고 지적했다.



김태웅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