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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위권 명분으로 동북아 군사력 확장 발톱 드러내다 (일)

일 자위권 명분으로 동북아 군사력 확장 발톱 드러내다 (일)

Posted July. 06, 20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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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직속 분과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그동안 일부 우익이 요구하거나 주장했던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에 반대했던 일본 정부의 입장 선회를 예고하는 데다 주변국의 반발 등을 고려해 주저해왔던 태도를 수정하려는 것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로 미 군정의 지배를 받다 벗어난 후 합법적인 무장력을 갖춘 보통 국가를 희망했다. 군대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을 보통 국가의 2개 기둥으로 여겼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군대 보유와 교전을 부정한 일본 헌법 제9조와 충돌했다. 그러자 우익 정치인들은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 영토 방위의 연장선상에 해당한다. 헌법 9조가 금지하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력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서도 보통 국가로 가는 길을 찾아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법제부는 헌법 9조를 엄격하게 적용해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 내부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했다. 정부 내에서 이견이 나온 것으로 아군이 공격한 셈이다. 일본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는 것에 대해 미국은 묵인하는 분위기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은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유사시 전쟁에도 나서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북한의 도발 시 자위대가 한국에 주둔하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현재 일본은 미국과 안보조약을 맺고는 있지만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아도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할 수 없다. 일본 자위대는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활동 등에만 제한적으로 파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명분으로 개입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일본의 우경화 경향이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집단적 자위권에 찬성한다. 하시모토 시장은 국민적 논의를 거쳐 헌법 9조 등의 개정 여부를 국민투표로 정하자고 주장한다. 이시하라 도지사 역시 헌법 9조를 개정해 국군을 보유하자고 외친다.

자민당은 소비세(부가가치세) 증세 이후 중의원이 해산될 것으로 보고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4월 만든 선거 공약에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이 포함돼 있다. 이르면 9월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총선에서 자민당이 다시 여당으로 돌아가면 이런 우경화 경향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이시 유타카()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는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과 시민단체가 많고 평화헌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정부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을 건의했다고 해서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한혜진 부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 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 하나의 보고서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장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에 나설 계획은 없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밀실 처리 파문이 이어지는 민감한 시기에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고 나온 데 대해 내심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보고서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재추진하는 것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나 관영 언론 등은 이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박형준 배극인 lovesong@donga.com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