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더운 날 차 없는 남친

Posted June. 11, 2012 08:40,   

日本語

한 식품업체가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남자친구)은 차가 없네라는 문구가 담긴 보리차 광고를 냈다가 남성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문제의 광고는 버스정류장용 옥외광고였고, 여성 하이힐 그림이 함께 실려 있었다. 광고 제작업체는 자동차()와 마시는 보리차()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했던 모양이다. 여름에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여성들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해도 광고 문구에 속으로 공감할 거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문제는 너무 정곡을 찔렀다는 거였다. 여자친구를 태울 차가 없는 젊은 남자들이 도저히 그냥 참고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젊은 남자 주인공은 대개 외제차를 모는 재벌 2세 또는 3세들이다. 차라리 꽃중남 미중년이라고 하는 30, 40대 남자(역시 고급차를 몰고 다닌다)가 젊은 여성과 연애하는 모습은 쉽게 보여도 차 없는 20대 남자가 주인공인 멜로드라마는 찾기 어렵다. 경제력 없는 20대 남성이 멜로물에 나온다면 연하남, 심하게 말해 애완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직업이 있는 30대 여성 주인공의 판타지로, 철저히 대상화된 존재로 나온다는 얘기다. 여하튼 차 없는 젊은 남자가 주인공인 연애담은 TV 드라마에 잘 나오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의 1825세 운전면허 보유자 비중이 2007년 10.7%에서 2010년 8.9%로 줄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같은 물건이 젊은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차는 너무 비싸고 20대는 돈이 없다는 분석이 정답에 가까울 것 같다. 젊은 남자들 처지에서는 돈이 없어서 차를 못 사는데 광고 카피대로라면 차 없이는 또래 여성과 연애를 하기 어렵다.

젊은 남자들의 욕망 상당 부분은 여성을 사귀는 일과 관련돼 있다. 그 욕망이 막히면 그들은 깊이 좌절한다. 그 좌절이 여성 혐오로 나타나기도 한다. 된장녀라는 유행어에도 그런 좌절감과 열등감이 배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다가갈 수 없는 젊고 예쁜 여성에게 된장녀라는 너울을 씌우고 씁쓸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돈이 없어 멋진 연애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좌절을 넘어 분노로 바뀌지 않을까 두렵다.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때깔 나는 차에 혹하는 여자 치고 정말 괜찮은 사람 없다는 정도의 위로뿐이어서 미안하다.

장 강 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