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1112월 서울의 호텔 등으로 당시 윤석만 포스코 사장,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불러 회장 후보 인터뷰를 했다. 두 달 후 박 전 차관은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에게 청와대 의중이라며 정 사장이 낙점됐음을 통보했다. 이 회장은 정 사장을 포스코 이사회에 회장으로 단독 추천한 후 임기를 1년 2개월 남겨두고 사퇴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를 좌지우지한 몸통일지는 의문스럽다. 당시 그는 청와대 기획비서관에서 물러나 아무런 공직이 없었다. 박 전 차관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윤석만 사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뜻이라며 회장 탈락에 승복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박 전 차관이 윤 사장 등을 인터뷰할 때 그 자리에 포스코의 협력업체인 제인엔테크의 이동조 회장이 배석했다는 점이다. 박 전 차관과 함께 영포(영일-포항) 라인에 속하는 이 회장은 이상득 의원의 지역후원회장이었다. 그는 박 전 차관과 호형호제()하며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를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박 전 차관의 집과 사무실을 수색한 지난달 25일 그는 중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
포스코가 권력의 회오리바람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정권의 거센 외풍이 불어닥쳐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포스코가 1988년 국민주 매각을 통해 민영화된 후 정부는 포스코에 대한 지분이 전혀 없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권력자들은 포스코를 전리품처럼 주물렀다.
이동조 회장의 제인엔테크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인수위 시절인 2008년 1월 포스코의 협력회사로 등록했고 덕분에 그 전에 비해 매출이 10배 규모로 급증했다. 인사 철에 포스코 임원들은 이 회장을 만나려고 줄을 섰다는 소문도 있다. 민영화한 포스코가 이러 했으니 공기업은 어떨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은 정권 출범 후 공기업에 대거 진출했다. 2009년 이 단체 회원들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사회자가 참석자 중 공기업의 감사는 너무 많으니 사장급 이상만 소개하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권력이 기업 인사를 주무르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