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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다시 불붙은 광우병 촛불 (일)

Posted May. 03, 20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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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이 미국 광우병 발생을 계기로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1차 촛불,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2차 촛불에 이어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대규모 촛불집회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 진보성향 사회단체는 2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인 어게인 2008! 리스타트 2012!를 개최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야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한 이날 집회에는 1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범국본 등은 이날 정부의 광우병 대책이 느슨하다고 비판하며 수입 위생조건 재협상 등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수시로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지역 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부산 서면 태화쥬디스 앞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 중단, 어게인 2008. 모여라 촛불아라는 이름의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오후 6시반 경남 창원시 의창구 정우상가, 오후 7시 진주 경상대 정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부터 다시 촛불을 든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염려해서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야권의 세 번째 촛불집회는 무엇보다 정부가 미국의 광우병 젖소 발견 이후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범야권으로서는 광우병 논란을 계기로 411 총선에서 제대로 터뜨리지 못한 반()MB(이명박 대통령) 정서와 정권 심판론을 대선 정국에서 재점화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총선 결과에 실망한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먹거리 안전에 관심 많은 중산층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범야권과 진보성향 사회단체들은 2008년에도 대선에 이어 총선 패배를 돌파할 정치적 탈출구로 촛불집회를 선택했고, 대통령실장 및 일부 수석비서관 사임 등 청와대 진용을 뒤흔드는 성과를 거뒀다. 주최 측이 4년 전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던 5월 2일을 집회일로 정하고, 2008년 촛불집회의 신화를 2012년 재현하자는 취지의 슬로건을 내건 것도 유모차 부대까지 동원했던 1차 촛불처럼 민심을 제대로 지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5월 2일 닥치고 참석 들불처럼 일어나서 촛불의 향기로 채웁시다 오랜 만에 매운 맛을 보여주자 등 각종 행동지침과 참여 독려 글이 확산됐다.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은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지만 과도한 선동은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수우파 정치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자칭 진보세력은 광우병 선동을 중단하라며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2월 대선을 앞두고 반정부 여론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버이연합도 일부 불온 세력들이 촛불 시위까지 거론하며 국민을 선동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승헌 김지현 ddr@donga.com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