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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조인당색깔 못 지우는 한나라당

Posted February. 01, 201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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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 166명 중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의원은 38명으로 22.9%를 차지한다. 의원 4명 당 한 명 꼴로 법조인이고 이중 검사 출신이 절반인 19명이다. 민주통합당 의원 89명 중 법조인 출신은 14명으로 15.7%다. 한나라당을 두고 법조인당 검사당이란 조어()가 나올 만하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한나라당의 19대 총선 공천후보자를 심사하는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이 됐다. 같은 검사 출신인 안강민 변호사는 2008년 18대 총선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법조인 출신이 연속으로 공심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법조인당의 색깔을 벗지 못했다. 부위원장인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 학장도 사법고시 출신이다.

국회에 다양한 직능()의 인재들이 참여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다. 입법과정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리걸 마인드(legal mind)로 무장한 법조인들의 국회 진출도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직역()이 지나치게 많으면 과잉 대표성의 함정에 빠진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가장 싫어하는 정당은 한나라당이 41.5%로 가장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에는 법조인 같은 상위 전문직을 대변하는 분들이 실제 직업군보다 너무 많다고 국민들은 체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이 권위적이고 관료적 이미지로 비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고시 합격해서 장가 잘 가고 급행 출세한 사람들에 대한 서민의 정서가 따뜻하지만은 않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해 당 대표 시절 공개적으로 법조인 공천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정 위원장에게 법조계 인연을 앞세운 다양한 청탁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다. 법조계 출신 현역 의원의 구명 로비도 줄을 이을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안 위원장이 지휘한 4년 전 한나라당 공천 심사에서 법조인 출신 공천자는 56명으로 민주당(16명)의 3배가 넘었다. 한나라당=법조인당이라는 공식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이런 상황이 올해도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공천 혁명이야말로 한나라당 쇄신의 종결판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만들고 당명까지 바꾸는 뼈 속 깊은 쇄신에 나선 마당에 법조인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