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NS 인민재판, 민주주의 흔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터에 민주당 내 협상파의 등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주었다. 민주당 협상파의 절충안은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 의원 87명의 절반이 넘는 45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협박이 인민재판 수준에 이르러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다. SNS에는 민주당 FTA 찬동자 명단이란 제목으로 17명 명단 14명 명단 등 확인도 되지 않은 명단들이 등장했다. 야권 통합에 목을 맨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노동당 눈치를 보면서 협상파 의원들에게 협상론을 접으라는 압박을 가했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와 네티즌은 명단에 이름이 들어간 의원들을 상대로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를 이용해 생쥐 같은 놈들 내년 총선에서 낙선시키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쏟아냈다. SNS 선동의 위력을 아는 의원들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거나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절충안 서명을 주도한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각종 협박에 시달린 나머지 경찰의 신변 보호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원들이 SNS를 이용한 협박 때문에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면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흔드는 행태는 사이버 공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로 불법 점거 시위를 벌이던 한미 FTA 저지 시위대가 경찰관과 전경에 집단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폭력을 행사한 주동자를 연행하려는 경찰관을 시위대가 넘어뜨리고 발길질을 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때나 2009년 용산 참사 때 만연했던 것과 같은 국가 공권력을 향한 도전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을 집단 폭행한 시위자들이 활개 치는 나라가 정상일 수는 없다. 경찰이 폭력 시위대에 얻어맞고도 기를 못 편다면 법치국가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SNS 테러나 공권력 무력화() 기도는 내편 네편을 떠나 우리 사회가 함께 대처해야 한다. 특히 사법부는 공권력을 상대로 한 폭력에 대한 온정적 판결로 나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