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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공룡은행이 별건가, 어깨 편 토종

Posted October. 11, 20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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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선진국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한국의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이 글로벌 은행들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해외 주요 은행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지만 한국의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등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한 신용평가사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신용평가 방법론을 발표했다. 피치가 새 방법론을 적용한 독자생존 신용등급(VRViability Ratings)을 산정한 결과 KB국민과 신한은행이 각각 a를 받았다. 이는 세계 주요 금융회사 중 상위 17% 안에 드는 우량한 수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가 받은 a-보다 한 계단 높은 것이다.

세계 최고 은행은 산탄데르

새 평가 방법에 근거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은행은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다. 산탄데르는 전 세계 은행 중 유일하게 VR에서 aa를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면서도 철저한 현지화 및 지역 토착화 경영으로 외형 확대와 수익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높은 등급을 받은 배경이 됐다. 이어 영국 HSBC, 프랑스 BNP파리바, 미국 JP모건 등이 산탄데르의 뒤를 이었다.

KB국민과 신한은행은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인 a를 받았다. 네덜란드 ING, 중국 뱅크오브차이나(BOC)와 같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보다 한 단계 밑에 있는 은행은 미국의 BoA와 씨티, 일본의 도쿄미쓰비시,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이다. 다만 BoA와 씨티의 장기신용등급(Long-term Issuer Default Rating)은 국민과 신한은행보다 높았다. 이는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포함한 지원등급(SRSupport Rating)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신용등급은 VR와 SR 중 높은 쪽을 택한다.

하지만 선진국 일부 은행의 자생능력은 국내은행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무디스는 지난달 말 미국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는 이유로 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장혜규 피치 한국 은행담당 이사는 국내 은행들의 VR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자본적정성 및 자산건전성 관리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며 신한은행은 지난해 내분사태를 겪었음에도 올해 실적 상승세가 뚜렷하고 KB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대기업 대출 대신 우량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자산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VR 발표가 KB국민과 신한은행의 향후 글로벌 신인도 제고 및 해외 채권발행 때 해외투자가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 왜 새 방법론 발표했나

과거 피치가 개별 은행에 부여한 최종 등급인 장기신용등급은 각국 정부나 개별 은행의 대주주 등 제3자의 지원 가능성까지 감안한 SR와 VR 중 높은 쪽을 뜻했다. 즉, 개별 은행의 자생력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제3자로부터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재정위기로 각국 정부가 부실에 빠진 은행을 구제해줄 여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SR가 아닌 VR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VR를 평가하는 핵심 요인은 고객충성도와 시장점유율, 총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수익성 지표, 자기자본, 부실자산비율을 포함한 자산건전성, 지배구조 등이다.



하정민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