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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카스와 비아그라

Posted June. 20, 201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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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2008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탈레반 반군들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활용한 뇌물이 비아그라였다. 4알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60세 부족장의 태도를 바꿔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국인을 경계했던 부족장이 화색이 완연한 얼굴이 돼서는 자기 지역에서 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한국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원청업체의 나이든 간부에게 기분 좋게 저녁 대접을 한 뒤 비아그라를 선물하면 약효가 그만이라고 했다.

대한약사회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팔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르면 8월부터 박카스를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게 한 데 대한 반격이다. 박카스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통틀어 매출 1위를 달리는 약국의 보물단지다. 작년 생산액이 1493억 원으로 국내 매출액 387억원인 비아그라의 3배 규모나 된다. 하지만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게 되면 박카스를 추월할지 모른다. 병원 가서 이름 적고 처방 받아야 하는 쑥스러움을 면할 수 있어 반색하는 남성들이 많다.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 측은 썩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고 광고할 만큼 박카스는 일반 음료와는 다른 약품임을 강조했다. 약사들도 박카스 세병을 한꺼번에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며 부작용을 겁주고 있다. 그런 약사들이 비아그라에 대해선 2층을 혼자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대조적이다. 의사들은 비아그라 잘못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고 소리를 높인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에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 대신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약계에도 바이오 테크놀러지와 의료기술, 의약품의 놀라운 융합과 발전으로 소비자 또는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약을 처방해 치료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영국 같은 나라도 있고 의사처방전이 필요한 일본 미국 같은 나라도 있다.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살 수 있다면 가짜 비아그라를 추방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