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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6용사와 한주호 준위는 편히 잠들었을까

[사설] 46용사와 한주호 준위는 편히 잠들었을까

Posted March. 21, 201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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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은 1년 전 북의 기습적 어뢰공격의 만행을 똑똑히 증언하고 있었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은 땅위에서 비바람을 맞아 함체에 녹이 더 슬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국방담당 논설위원은 천안함 폭침 1주년을 일주일 앞둔 19일 경기 평택의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을 찾아가 묵념을 올렸다. 많은 국민의 묵념도 이어졌다.

작년 3월 26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 최북단인 백령도 근해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은 천안함 장병 104명 중 46명이 산화하고 구조 작업을 하던 UDT요원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후배 UDT요원들이 뜨거운 눈물과 우렁찬 군가()로 한 준위를 마지막 보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뒤인 작년 11월 23일 북은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을 포격했다. 천안함은 기습에 당했다고 하지만 연평도 피격에는 포격 원점()을 알면서도 본때를 보여주지 못했다. 확전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자세는 북의 도발심리를 더 부추길 뿐이다.

연평도 피격으로부터 다시 4개월이 지났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이후 기존의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와 함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신설해 국방개혁 과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정부와 군이 내놓은 국방개혁 방안은 시간이 갈수록 각군() 이기주의로 흐지부지되거나 대폭 축소되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의 충격 앞에서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고 결의했지만 망각이 다짐을 흐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동성 강화는 구호와 땜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존 합참의장에게 작전정보에 관한 군령권() 외에 각군 참모총장이 맡고 있는 인사군수에 관한 군정권()의 일부를 준 것 만으로는 근본적 개혁이 아니다. 서북도서사령부도 해병 2사단 병력 2000명을 늘려 해병대사령관 밑에 두는데 그쳤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로 구성해 합동작전을 원활하게 하고 북한에 실질적 위협이 되도록 하겠다던 당초 구상과는 거리가 멀다. 상륙작전에 주력해야 하는 해병대의 고유 임무와도 맞지 않는다.

합동군사령관 역할을 하는 합참의장에게 각군의 우수 장교를 뽑아 쓸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방개혁 작업이 용두사미()로 흐르게 된 데는 국군통수권자의 군에 대한 리더십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안보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에 홀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북은 핵무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거리가 수천 km에 이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천안함 폭침 때 보여준 잠수함(정) 능력과 생화학무기, 우리의 10배나 되는 20만 명의 특수부대, 서울을 노리는 장사정포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대칭 군사력이다.

한미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방위태세를 2015년 12월 1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전에 반드시 완비하는 일이야말로 중차대한 과제다. 이번에 주한미군 2사단 병력 500명이 미-필리핀 연합훈련에 파견된 것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주한미군의 해외이동이 수시로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 공백을 우리 스스로 충분히 메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겪었듯이 북은 한번 우리를 때렸다고 해서 승리감에 도취해 놀고 있지 않는다. 우리에게 당하고 나면 반드시 보복을 획책하고 우리의 약점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또 다른 곳을 끊임없이 흔든다. 이명박 정권 기간만 잘 넘기면 평화가 다가오는 게 아니다. 제2, 제3의 천안함과 연평도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북은 연평도 피격 이후에도 핵 참화 핵 억제력운운하며 핵 협박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모든 언행은 적화통일을 위한 전략과 전술 차원이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를 보면서 북한의 도발이 핵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핵실험이나 핵무기 발사, 원자력발전소 공격 등 그 어느 것이 됐든 북한이 우리 민족의 대재앙을 몰고 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최대 안보과제다.

우리 내부의 적()에도 온 국민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야당 일각과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조차 아직도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국회 역시 천안함 관련 대북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무려 3개월을 허비했다.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천안함 46용사와 한 준위는 지금 하늘나라에서 이런 조국의 모습을 지켜보며 과연 안심하며 잠들고 있을까. 천안함 폭침 1주년을 맞으며 대한민국 정부와 각계 국민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