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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상숭배

Posted March. 15, 201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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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가수에서 아이돌(idol)은 우상이란 뜻으로 본래 종교 용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대신하는 형상을 말한다. 신은 추상()이고 우상은 구상()이다. 성경에서 모세 시대의 유대인은 보이지 않은 야훼인 여호와 대신 금송아지를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인간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은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원하는 속성이 있다. 모세는 초월자로서의 신은 그런 금송아지 안에 잡아둘 수 없다며 우상숭배를 금지했다.

한국 개신교에는 불교의 불상과 유교나 신도()의 신주를 향해 절하는 것을 우상숭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최근 일본 지진과 관련해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길자연 대표회장 목사는 얼마 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한민족은) 지난 반만년 동안 우상숭배의 죄 속에 있었으나 하나님이 구원해주셨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기독교는 세력이 약하다. 일본인은 신사에서 태어나 절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신()을 받아들인다. 어린이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하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고 사망하면 절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식이다.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로 나간다는 조 목사의 말은 일본인의 이런 종교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혹 우상숭배라 하더라고 천재지변인 지진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성경에서 구약 시대의 신은 진노의 신일지 모르겠으나 신약 시대의 신은 사랑의 신으로 해석된다. 그런 신이 강력한 지진을 일으켜 그토록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이 기독교의 신앙관에 맞는지 의문이다.

사도 바울이 살던 시대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기원한 많은 신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신상을 부수기보다 신상 앞에서 신상을 초월한 신에 대해 얘기했다. 그것이 바울이 해석한 우상숭배 금지의 정신이다. 지금 이웃나라 일본이 최악의 재난과 씨름하고 있다. 그런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는 못할망정 하나님의 경고 운운하는 것은 기독교의 신도 원하지 않을 듯 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