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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고질병에 예산안 파문 악순환 헌법연구자문위 지적 (일)

3대 고질병에 예산안 파문 악순환 헌법연구자문위 지적 (일)

Posted December. 18, 201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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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안 처리 파동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헌법상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고, 집권 여당의 단독처리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 국회도 익숙한 풍경이다.

예산 전문가들은 예산 처리를 둘러싼 3대 고질병 때문에 한국 국회의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짧은 예산 심의 기간이 문제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법정 심의 기간은 60일이지만 올해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진 기간은 16일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60일은 미국 240일, 영국과 독일 120일보다 매우 짧은 것이다.

더구나 이 60일 규정은 1972년 개정된 이른바 유신헌법의 산물이다. 그 전까지는 심의기간이 90일이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회의 예산 심의 기간이 짧아 연례적으로 예산 확정 기한을 넘기고, 재정에 관한 권한도 정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은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감액 심사만 하고) 증액 심사 절차를 생략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0일 예산 심의 기간에 국정감사, 다른 상임위 활동 등이 중복돼 이뤄지기 때문에 심의의 질과 양이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 예산 심의 평균 수정률이 (총액 대비) 0.5%도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둘째, 예산 심의 과정이 불투명해서 책임 소재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사실상의 예산 심의는 계수조정 소위 위원들과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들이 진행하는데 그 안에서 수조 원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서 누가 실수를 해도 파악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산안이 처리된 뒤 이번처럼 여야와 정부의 네 탓 공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일부 증액 예산 항목이 최종 의결과정에서 누락된 것에 대해 정부 탓을 하는데 수천 건의 예산 내용을 어떻게 정부에서 일일이 다 챙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헌법연구자문위는 현행 예산의결주의에서는 예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면 예산정보의 공개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예산처리과정이 훨씬 투명해진다고 제안했다.

셋째, 예산 심의와 관련된 헌법상의 권한과 현실 사이의 괴리 문제다. 헌법연구자문위는 과거에는 재정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복지 지출의 확대 등으로 재정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예산 심사 기능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헌법은 재정은 물론이고 기금 및 결산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예산 전문가들은 헌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는 결국 국회의원들의 전문성과 노력으로 이런 괴리를 줄여나가야 하는데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인 책임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 박형준 bookum90@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