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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동맹, 식어가는 50년 애정 (일)

Posted December. 10, 20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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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간 최대 현안인 오키나와() 현 후텐마()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후텐마 문제를 논의해온 미일 각료급 협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그는 연립정권 우선론, 결론 유보론, 새로운 이전 후보지 물색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각료급 협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 정리되면 각료급 협의가 아예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측이 내년의 미일 안보조약 개정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합의했던 동맹관계 심화를 위한 회의를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직후여서 미일관계는 급속히 냉각되는 양상이다.

양국 사이의 대화의 문도 속속 닫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주요국 정상과 전화외교를 하면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제외했다. 또 미 국무부 관리들이 후텐마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총리의 측근 데라시마 지쓰로() 다마()대 총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에서의 미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일본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후텐마 기지 이전에 관한 기존의 미일 정부 합의를 뒤집으려는 하토야마 내각의 처신과 이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은 후텐마 문제 결정 시기에 대해 연내 결정과 내년으로 연기 사이에서 수시로 입장을 번복해 미국의 불신을 자초한 면이 크다.

더욱 중요한 후텐마 기지의 이전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선 양국이 기존에 합의한 오키나와 현 나고() 시 헤노코()에 있는 슈워브 기지로 이전 오키나와 현 외 또는 일본 국외 이전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의 통합 제3의 후보지 물색 등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미국을 화나게 했다. 참다못한 일본 언론도 일제히 매서운 비판에 나설 정도다.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가 4일 오카다 외상에게 이대로 가면 미일관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지일파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장관도 8일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일동맹이 백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일본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미국은 후텐마 기지의 이전 문제가 본토 병력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전체적인 재편 문제와 연결돼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미일합의를 뒤집으려는 일본의 움직임 자체에도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미국의 대응을 볼 때 실제로 일본이 이런 결정을 내릴 경우 양국관계가 얼마나 요동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미일동맹이 기로에 놓여 있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