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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피아 출신 경제위기 수습 팀워크 기대

모두 모피아 출신 경제위기 수습 팀워크 기대

Posted January. 20, 20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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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내정자로 구성된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특징은 컨트롤타워(사령탑)의 부활이다. 1기 경제팀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처 간 조율에 실패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전례를 교훈삼아 신임 윤 장관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 장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기대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를 배제한 채 관료만으로 이뤄진 경제팀이 한 방향으로 단기 성과에만 집착할 경우 경제위기 국면에서 시행착오를 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위기 감안한 팀워크 중시 인사

이번 인사에는 1기 경제팀이 관료(강 장관과 박병원 경제수석), 민간 금융 전문가(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조합이어서 정권 초기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에는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 장관 내정자는 소신의 관료라는 이미지가 발탁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을 하면서 친기업적 성향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2007년 중반 카드 수수료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논리로 풀겠다, 믿어 달라고 한 사례는 이 같은 성향을 잘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다른 경제 부처 장관을 임명할 때 주요 기준으로 윤 장관 내정자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지가 고려됐다는 분석이 많다.

윤 경제수석 내정자는 여러 면에서 윤 장관 내정자와 호흡이 잘 맞는 인물로 꼽힌다. 1994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장을 하면서 당시 금융국장이던 윤 장관 내정자와 정책 조율을 한 경험이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비슷하다.

윤 장관 내정자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금융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이런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금감위 상임위원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치면서 국내 금융시장 흐름을 꿰뚫고 있는데다 세계은행(IBRD) 대리이사를 하면서 국제금융 감각을 키운 점을 인정받았다.

3대 과제에 중점

2기 경제팀의 최대 과제는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가운데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윤 장관 내정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위기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밀려온다, 전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시스템 안정은 각종 정책 추진의 선결 과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얼마나 부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또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상승할 정도로 불안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금융회사의 추가 부실이 드러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또다시 출렁이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가뭄이 재연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부가 건설 및 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에선 시장의 예상보다 적은 수의 기업을 정리하더라도 부실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2차 구조조정에선 상당수 기업을 퇴출시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어 유동성을 늘려도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 경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구조조정과 병행해 경기 부양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경기 부진은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부양책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치경제 부활 우려 불식해야

19일 개각을 두고 경제계 일각에서는 모피아의 입지가 더 공고해졌다. EPB는 이제 복귀가 어렵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모피아란 재무부를 뜻하는 영문 모프(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합한 말로 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지칭한다. 반면 EPB는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성장한 관료를 뜻하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EPB 출신이 대체로 요직에서 물러났고 모피아 출신인 강만수 장관이 발탁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모두 재무부 출신이 핵심 요직에 발탁됐다.

EPB 출신은 지표로 나타나는 거시경제의 안정을 중시하는 반면 모피아 출신은 현장의 미시적 현상을 중시하고 속전속결형 정책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세간에선 코드가 잘 맞아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수는 있겠지만 관치경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강만수 경제팀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화두는 신뢰의 부족이었다며 새 경제팀이 시장과 소통을 원활히 해 위기 극복 과정에서 생기기 마련인 불안심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