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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도 활개 피해자는 쉬쉬

Posted May. 27, 200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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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지역의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돌며 100억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30대 전문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상당수의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꺼린 피해자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도난당했을까. 19701980년 초반의 대도() 조세형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8일 구속된 김모(39) 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강남 지역 전문 절도범=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서울 강남 지역의 고급주택만을 전문적으로 털어왔다.

2004년 강남의 빈집을 털다 구속돼 1년 6개월을 복역하고 2005년 6월 출소한 김 씨는 출소 13개월 만에 다시 강남 고급 주택의 담을 넘었다.

절도 전과만 6범인 김 씨는 2006년 9월 강남구 논현동 박모(41) 씨의 빌라에서 캠코더, 반지, 목걸이 등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절도 행각에 나섰다.

김 씨는 1월 강남구 삼성동 D아파트 문모(48) 씨 집의 베란다 창문을 열고 들어가 2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포함해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달까지 강남 지역에서만 49차례에 걸쳐 금품을 훔쳤다.

김 씨는 경찰에서 강남에 잘사는 집이 많아 한번 훔칠 때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주로 범행을 저지른 강남구 논현동 C빌라, 청담동 D아파트, 삼성동 D아파트는 모두 집값만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아파트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불이 꺼져 있는 집 중 베란다로 침입하기 쉬운 1층 주택에 주로 침입했는데 1, 2층 집을 연달아 털기도 했다며 2006년 9월 이전에도 절도를 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한 집을 터는 데 510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한 집당 최소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절반가량 신고도 안해=경찰이 파악한 김 씨의 절도 물품은 현금, 수표, 귀금속, 명품 시계. 달러화, 유로화 등 다양하다.

그러나 피해자 중 절반가량은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 49건의 절도 중 절반가량만 경찰에 신고가 됐다며 나머지 절반의 절도 사건은 김 씨의 진술, 현장 검증을 통해 밝혀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도난당한 줄 몰랐다 침입의 흔적은 있었지만 막상 없어진 물품이 없는 것 같아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의 직업은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체 사장, 약사, 유명 연예인 등 다양하다며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귀금속과 거액의 외화를 도난당하고도 몰랐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김 씨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동()만 바꿔가며 계속해서 절도 행각을 벌일 수 있었다.

절도행각으로 호화 생활=김 씨는 훔친 돈으로 억대가 넘는 BMW 외제 승용차를 몰며 월세 150만 원에 잠실의 한 아파트를 얻어 내연녀 A(32) 씨와 생활하는 등 호화판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A 씨에게도 6000만 원 상당의 외제 렉서스 승용차를 사 주고 한 달에 100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A 씨와 함께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녔다.

한편 김 씨는 경찰에 붙잡힐 것에 대비해 자신의 절도 행각을 생계형 범죄로 위장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 씨는 경기 구리시에 있는 월세 40만 원의 다세대주택으로 자신의 주소지를 옮기고 훔친 물건을 팔아 마련한 수십억 원의 돈은 가족들 명의로 된 계좌에 분산시켜 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생계형 범죄의 경우 법원에서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싼 다세대주택을 마련하고 살림집인 것처럼 위장해 놓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보유하고 있던 범죄수익금 전액을 몰수 조치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