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춘호 남주홍 박은경의 인사망사되풀이 말아야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남 후보자는 자녀의 이중국적, 교육비 이중 공제 의혹 등으로, 박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적격성 여부가 논란이 돼왔다. 형식은 자진 사퇴이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한나라당의 뜻을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인 통합민주당을 향해 이제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흐트러졌다. 정부의 군살을 빼려던 계획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더니 조각 인사도 누더기나 다름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 중 상당수도 어제 인사 청문회에서 재산 형성과정과 병역 의혹, 자녀 국적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무슨 하자가 이렇게 많으냐는 개탄이 나올 정도다.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망사()가 돼버린 책임 전적으로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당 일각에선 인선 작업을 주도한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 박영준 청와대기획조정비서관, 윤한홍 서울시 행정국 부이사관(청와대 파견) 이름을 거론하며 한 달간 밤을 새며 5000여명을 검증했다는 결과가 겨우 이거냐는 볼 멘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조금만 더 꼼꼼히 체크했다면 발견할 수 있는 하자가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 압축성장의 시대를 살다보니 그 정도 결격 사유는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검증에 너무 관대했던 것은 아닌가.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해 대통령의 기준과 국민의 기대 사이에 간격이 있다면 이제라도 좁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인사부터 국민의 마음을 배려하고 기대에 부합하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도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과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연계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에 노무현 내각의 기형적 정부가 계속되도록 해선 안 된다. 대선 당시 BBK 폭로전을 주도한 의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를 인준안 통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