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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 우리에 흡수되는 것 자리 챙기기 전쟁

그쪽이 우리에 흡수되는 것 자리 챙기기 전쟁

Posted January. 30, 20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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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감축 등 조직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관가()에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행정자치부를 통해 강도 높은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자 통합되는 각 부처들이 축소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자부에 설치된 정부기능•조직개편 추진단이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을 29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노동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처들이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거부 시사 발언으로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자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지연작전을 쓰는 듯한 조짐도 있다.

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

하나의 조직개편안을 내야 하는 통합예정 부처들에게 이번 협상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밀리는 쪽이 사람과 기능을 많이 줄여야 한다.

기획재정부로 통합되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조직개편 문제를 위해 수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이견을 줄이기는커녕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옛 재정경제원 시절 한 개 실()에 불과했던 예산처가 현 정부 들어 몸집을 엄청 키우고 나서 똑같은 비율로 사람을 줄이는 1대 1 대등합병을 하자고 한다며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산처 측은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 자료를 보면 예산처에 재경부가 흡수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사실 재경부 기능이 여기저기 흩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재경부는 또 경제규제 50건당 인력 1% 감축 원칙을 두고서 금융감독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재경부는 금감위로 넘어가는 금융정책 관련 규제는 금감위가 규제 건수에 포함시켜 인력감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감위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개발, 해운물류 등의 기능과 합쳐 국토해양부가 되는 건설교통부는 건교부 정원 4100여 명, 해양부 정원 2100여 명 등 6200여 명을 560057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 정원을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해양부의 요구가 말이 되느냐며 분개했다.

논의할 엄두도 못내는 부처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는 통합무산을 기대하며 정치권만 쳐다보는 분위기. 흡수부서인 외교통상부는 어떻게든 조직개편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피흡수부서인 통일부는 제출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양부의 어업수산정책을 흡수해 농수산식품부로 확대되는 농림부는 해양부와 인력감축 등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 당국자는 해양부 장관, 차관 등이 부처 폐지를 번복시키기 위해 뛰고 있어서 그런지 해양부 쪽에 문제를 논의할 공식라인이 없어 의견 조율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무자들에게 농림부에 넘어올 인력과 조직 현황 등을 몇 차례 받았는데 그때마다 수치가 다를 정도.

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컨텐츠 정책과 국정홍보처의 해외홍보 기능을 흡수하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도 정통부와 국정홍보처의 인력이 어느 정도 넘어오게 될지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못해 조직개편을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정원 622명을 300명으로 줄여야 하는 총리실은 감축안을 짜고 있지만 도저히 인수위가 제시한 목표를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하는 교육인적자원부는 과기부가 산자부와 예산처로 떼어주어야 하는 기능들을 전부 교육부로 가져오려고 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도 많아

조직 개편 문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공무원들은 중요 현안을 면밀히 들여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공무원은 부처 통합 후 자리가 없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사안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대책, 미국 금리 인하의 영향 분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 업무계획 수립을 중단한 채 기본적인 업무만 하고 있다며 이미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간부회의를 하지 않은 지 오래라고 전했다.

부처 통합을 앞둔 모 부처의 혁신인사기획관은 정원 조정을 서두르기 보다는 다른 부처 동향을 살피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