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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팬 알프스에 안긴 개성 강한 디자이너스 료칸

저팬 알프스에 안긴 개성 강한 디자이너스 료칸

Posted November. 09, 20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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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팬 알프스의 고향인 나가노 현.

저팬 알프스란 유럽의 알프스처럼 일본열도의 중앙을 뒤덮은 고봉(3000m급)의 산악을 말한다. 이 이름을 붙여준 이는 영국의 등반가이자 성공회 선교사였던 월터 웨스턴(18611940). 1888년 선교사로 처음 일본을 방문한 그는 이후 수차례 찾아와 산악을 등정한 뒤

일본 알프스의 등산과 탐험이란 책을 펴냈는데 저팬 알프스라는 이름은 거기서 처음 등장한다. 온통 산악인 나가노 지방. 그 산에는 곳곳에 온천도 많다. 온천이 많으면 료칸 역시 많게 마련인데 실제로 나가노 현은 일본의 지자체 가운데 온천 료칸이 많기로 홋카이도에 버금가는 온천향이다. 아사마 온천의 료칸 기쇼안은 신슈 지방(나가노 현이 있는 지역의 옛 지명) 중심지였던 마쓰모토 시내에 있는 디자이너스(Designers) 료칸. 전통미가 넘치는 마쓰모토 성과 대비되는 모던한 실내외 디자인의 특별한 료칸 기쇼안으로 여행을 떠난다.

랜드마크는 까마귀 성 마쓰모토 성

동해에 면한 도야마(도야마 현)를 출발해 신슈지방(나가노 현이 차지한 지역의 옛 이름)의 중심 마쓰모토 시로 가는 길은 정말로 험난한 산길의 연속이었다. 이 길은 기타알프스(기타와 미나미로 양분하는 저팬알프스의 북쪽 산악을 이름)의 한복판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데 험준하기로 알아주는 다테야마() 연봉 서쪽의 깊은 골짜기로 나 있다. 국도 41호선과 지방도로 471호선이 그 소임을 맡는다.

도야마와 나가노, 두 현의 경계를 이루는 다테야마 연봉은 일본판 융프라우요흐(산악철도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 봉을 오르는 산악여행루트)라고 불리는 알펜루트 덕분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다. 알펜루트는 기타알프스의 다테야마 연봉을 가로지를 수 있도록 철도와 도로, 터널(트롤리버스 운행)과 로프웨이, 그리고 구로베 댐과 산악도로를 연결한 세계적인 산악관광루트다. 해마다 4월 20일경이면 도야마 쪽 무로도 고원(해발 2400m)의 눈을 파내고 개척해 버스로 통과하는 높이 20m의 설벽 도로가 바로 이 알펜루트의 상징이다.

이런 다테야마 연봉 서쪽의 험한 산길도로로 달리기를 무려 4시간(190km). 기타알프스 산악의 분지처럼 자리 잡은 해발 600m의 고도 마쓰모토에 도착했다. 마쓰모토의 랜드마크는 까마귀 성이라고 불리는 마쓰모토 성(일본 국보)이다. 그런 별명은 덴슈가쿠(성 꼭대기의 전쟁지휘소)가 새까맣게 칠해진 데서 연유한다. 늘 물이 채워진 이중의 해자(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장애물로 성벽 주변에 설치한 물길) 덕분에 성은 마치 물 한가운데 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물가로 벚나무가 둘려졌는데 꽃이 피는 4월이면 하얀 꽃에 둘러싸인 까마귀 성의 아름다운 풍광을 좇아 많은 사람들이 이 마쓰모토를 찾는다.

료칸 기쇼안은 마쓰모토 성에서 택시로 10분 거리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룬 야산 기슭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첫 대면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료칸 건물 한가운데의 원형 타워가 마쓰모토 성의 이미지와 겹쳐져 다가왔다. 창문이 없는 건물 외벽을 직선 주제의 돌출 조형물로 장식한 시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출발 전 받아본 자료에 쓰인 디자이너스 료칸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쇼안의 실내는 끊임없이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나무와 풀을 심어 작은 정원처럼 꾸민 긴 회랑형의 현관과 이어 들어서는 타워형 건물의 실내가 그렇다. 4층 높이의 이 실내는 현대미술 전람회장으로 쓸 만한 뮤지엄 풍이다. 그 타워의 벽 한가운데로 통유리창이 설치됐고 그 유리벽 밖의 아트리움은 정면으로 물이 추락하는 폭포다. 아트리움은 천장 없이 하늘로 개방된 덕분에 햇빛을 타워의 실내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폭포의 수변 양쪽으로는 식당의 방이 자리 잡고 있어 투숙객에게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다카오 하부카지만 전적으로 그의 작품은 아닌 듯하다. 현관, 로비와 통로, 식당 현관, 객실 현관, 화장실, 지붕과 객실의 흙벽 질감내기 등을 디자이너 6명이 제각각 한두 부분씩 전담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쇼안을 디자이너스 료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래서일까, 내 눈을 끄는 것이 의외로 많았다. 이 료칸의 천장을 보자. 객실이든, 식당이든, 복도든 천장은 반드시 무언가로 장식돼 있다. 객실과 식당의 현관문 역시 같다. 잔 나무 각재를 다듬어 정교하게 끼워 맞춘 장인의 기품이 느껴지는 예술적인 작품이다. 도자기 미술관을 연상케 할 만큼 디스플레이가 멋진 갤러리라는 이름의 복도, 고품격 스파의 실내에서나 볼 만한 복도의 벽 장식, 한지와 흙 등 자연 소재의 질감을 느끼도록 시도한 다양한 장식 효과. 이 모든 것이 손님들로 하여금 품위 있는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드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쇼안의 서비스도 디자이너스 브랜드

기쇼안에는 오카미(료칸 운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여성지배인)가 없다. 대신 젊은 남자 총지배인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오카미 대신 지배인을 둔 데는 깊은 뜻이 있다. 오카미 시스템에서는 종업원이 모든 것을 오카미에게 보고한 후 지시를 받아 움직여야 한다. 지배인 시스템은 그 반대다. 종업원이 스스로 판단해 조치한 후 보고한다. 그만큼 서비스가 신속하고 손님의 만족도도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다. 그들은 종업원이 지배인처럼 대처하도록 가르친다. 그래선지 기쇼안의 서비스 역시 디자이너스 브랜드라 할 만했다. 그리고 그 디자이너는 103년 역사의 호시노야 가루이자와(가루이자와의 신개념 료칸)를 모태로 전문리조트경영그룹으로 변신한 호시노 리조트의 호시노 요시하루 회장이다. 기쇼안의 운영은 호시노 리조트가 맡고 있다.

기쇼안의 객실(26개)은 모두가 다다미 바닥이다. 그러나 침구는 두 종류로 후동(이부자리 25개)과 침대(1실)를 선택할 수 있다. 그중 15개는 자체 로텐부로(노천탕)를 갖췄고 그중 3개는 로텐부로를 정원의 테라스에 두었다. 식사는 1, 2층의 식당에서 들게 되는데 저녁은 가이세키 요리로, 아침은 일식과 양식 중 선택한다. 10가지 코스의 가이세키 요리 역시 주 요리(스테이크 혹은 생선)와 디저트는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 음식 역시 디자이너스 요리라고 이름붙일 만큼 맛과 서비스가 훌륭하다. 글로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객실에 로텐부로가 있으니 대욕장이 필요없을 듯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일본의 료칸이다. 왜냐면 대욕장의 시설과 로텐부로 경관이 객실 것보다 훨씬 좋고 또 온천욕장은 공간이 넓을수록 피로해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쇼안도 그런 점을 감안 두 개의 로텐부로가 딸린 대욕장을 갖췄다.

기쇼안의 온천탕은 그 시설이 일본의 어떤 료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실내공간이 넓은 것과 더불어 욕조와 실외의 바닥을 히노키(편백나무)로 만든 고급스러움 덕분이다. 스파 수준으로 대욕장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셈인데 10년 전 이미 이런 시설을 갖췄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기쇼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기쇼안의 주 고객은 가미고지(1505m)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다. 가미고지는 기타알프스의 대표적인 산악관광지로 로프웨이로 올라 기타알프스의 산악 풍광을 감상하는 전망대다. 그리고 마쓰모토 성 관광은 참새방앗간일터. 기쇼안 근방에는 아사마 골프클럽이라는 멋진 골프장도 있다. 라운드 도중 기타알프스의 산악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료칸에서 택시로 15분 거리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