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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칠보산서 송이 캐던 피 멍 든 주민들 한숨 소리 선해

목숨 걸고 칠보산서 송이 캐던 피 멍 든 주민들 한숨 소리 선해

Posted October. 10, 20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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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던 2000년 8월 중순 어느 날. 나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함경북도 명천군 칠보산의 험준한 산 능선을 일주일째 헤매며 송이를 캐고 있었다.

쌀과 물, 냄비 등이 든 배낭을 메고 지팡이로 풀숲을 헤치며 하루 10시간 이상 산을 타야 했다. 저녁에는 계곡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새우잠을 잤다. 오전 6시면 일어나 다시 산을 탔다. 이슬이 사라지기 전 새벽녘에 송이가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산세가 기묘한 칠보산은 산봉우리에서 계곡이 빤히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그곳까지 내려가려면 2시간 이상 초긴장 상태로 움직여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아찔한 벼랑으로 떨어진다.

동행한 30대 중반의 농장원 최모 씨는 칠보산 자락에서 나서 자란, 마을에선 알아주는 송이꾼이었다. 그는 이것저것 많은 것을 설명해 줬다.

저긴 당에서 관리하는 9호 지역이요. 사실 송이가 제일 잘 나는 곳인데 그곳 송이는 몽땅 당에서 가져가지. 들어갔다 경비원들에게 들키면 감방 가야 돼요.

저긴 장군님 별장 구역이니 들어갔다간 총에 맞아 귀신도 모르게 죽을 수 있어요.

그 외에도 해군 기지니 연락소 기지니 금지구역이 너무 많았다.

한번은 그가 맞은편 아스라한 벼랑을 가리키며 칠보산에서 돌버섯이 제일 많은 곳인데 사람이 제일 많이 죽는 곳이라며 위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데룽데룽 매달려 버섯을 따는데 밧줄이 끊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찬찬히 바라보니 정말 사람들이 매달려 있었다.

저 위험한 곳에 왜 매달려 있는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자 그는 돌버섯 한 키로(1kg)가 얼만지 알아요?라며 피식 웃었다. 해마다 칠보산에 버섯 캐러 왔다가 죽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송이 철이면 마을마다 노동당 39호실 소속인 충성의 외화벌이 관리소(일명 5호 관리소) 요원들이 들어와 송이를 수매한다. 1등급 송이 1kg에 쌀 10kg을 내준다. 요즘 북한에서 쌀 10kg은 북한 돈 1만5000원 안팎. 암시장 환율로 따지면 5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한국에 들어와 팔리는 1등급 북한산 송이 1kg은 100달러 정도다.

독점 수매한 송이를 외국에 수출해 폭리를 얻는 것은 노동당의 주요 수입원이다. 해마다 8, 9월 송이철이면 직장마다 사람들을 뽑아 충성의 외화벌이조라는 이름으로 할당량을 부여해 송이 산지에 파견한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자기 돈으로 사서라도 메워야 한다. 나도 여기에 차출돼 칠보산에 갔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