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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인 오스틴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Posted October. 09, 200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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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수입이 얼마고 물려받을 재산이 얼마인데 나와 결혼하면 다 당신 것이 된다며 청혼하는 매력 없는 남자, 자유분방하고 오만하지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멋진 남자.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21세기를 사는 여성들도 할 법한 이런 고민은 18세기 작가 제인 오스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딸 아내 어머니로서 의무를 다하고 재능이 있다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 글쓰기를 좋아하는 제인(앤 해서웨이) 앞에 런던에서 법학을 공부한다는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가 나타난다. 제인은 자신의 글을 자아도취적 감성이라고 무시하는 그와 티격태격하다가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가난한 가족들은 돈 많은 위즐리와의 결혼을 종용한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비커밍 제인은 오만과 편견의 위대한 작가 제인 오스틴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다. 실제로 작가 오스틴의 편지에 따르면 그는 스무 살 때 톰 리프로이라는 남자를 만났고 사랑을 했지만 대부분의 편지가 태워져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영화는 여기에 상상으로 살을 붙였다.

사랑이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게 전부가 아니며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진부한 명제를 복기하는 관습적인 멜로드라마.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남녀처럼, 서로 으르렁대며 싫은 척하는 두 남녀의 감정이 오고가는 눈빛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카메라는 세심하게 포착해 낸다. 온통 푸른빛의 수채화 같은 영국의 전원 풍경(실제 촬영지는 아일랜드), 제인이 글을 쓸 때 종이 위에서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영국식 정원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는 등장인물의 심리와 결합되면서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키가 껑충한 미국 아가씨 해서웨이는 완벽한 영국식 악센트를 구사하며 생기발랄한 오스틴을 재창조했고 영미권의 언론에서는 칭찬 일색의 평가를 받았다.

영화 후반부, 어떻게 살거냐는 위즐리의 물음에 제인은 답한다. 펜으로(by my pen).

사랑의 상처로 아팠던 만큼 성숙해진 것일까. 그렇게 시골 처녀 제인은 영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가 제인 오스틴이 됐다.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 센스 앤드 센서빌러티 등 보석 같은 6권의 소설을 남겼고 미혼으로 살다가 41세에 사망했다. 12세 이상.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