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사실상 취재거부

재정경제부가 현 정부의 취재통제안에 맞춰 새로운 사실에 대한 언론사의 개별적 취재에 사실상 응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모든 언론에 새로운 정책을 공동으로 발표할 때까지 언론사들의 독자적 취재 행위를 무력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재경부의 한 실무 과장은 29일 본보 기자가 지난달 발표된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담긴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기업 경영합리화 유도 방안의 진행 상황을 묻자 대답을 해도 되는지 공보실에 물어봐야 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잠시 후 본보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자 이 과장은 이미 발표된 사항은 대답해도 좋다는 공보실의 확인을 받았다며 경제운용방향 발표 자료를 읽는 수준으로 답변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정책홍보관리관실 관계자는 국정홍보처가 일선 부처에 배포한 지침에 따라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특정 신문이나 방송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사실에 대해 특정 매체에 특종을 주느냐 아니면 자료로 배포해 모든 매체에 동등하게 정보를 제공하느냐의 문제인데 특정 매체에만 특종을 주는 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 세제(), 부동산, 환율, 남북 경협 등 중요한 경제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재경부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경부의 다른 당국자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실무자들도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은 부총리의 결재를 받아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장급 실무자들이나 국장 이상 간부들이 부총리의 결재를 받아가면서까지 특정 매체의 질문에 답변하라는 것은 사실상 취재를 거부하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