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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후보 4개월의 험로

Posted August. 21, 200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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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어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정당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선이었다. 국민 지지율 1, 2위 후보끼리의 경쟁이었던 만큼 승리의 의미는 작지 않다. 그러나 축하를 받기엔 아직 이르다. 12월 본선까지는 멀고 험한 첩첩산중이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기에 앞서 당()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근원적인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겸허한 자세로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화급한 과제는 경선과정에서 깊어진 당내 불화와 반목을 털어내고 치유하는 일이다. 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했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이 최대목표로 삼는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반드시 지켜져야 할 다짐이다.

당의 화합 하나 이끌지 못하는 후보라면 국민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은 경선 후유증으로 정권을 놓친 전과()가 있다.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이 후보 측이 승자독식()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만은 내부 결속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다. 이긴 쪽이 아량과 인내로 진 쪽에 손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진 쪽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후보 측은 경선과정에서 매머드급 캠프를 꾸려 조직력에서 다른 경선후보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 비해 불과 2452표 앞섰을 뿐이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선거인단에서 0.3%포인트 지고, 조직력과는 상관없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8.8%포인트 이긴 것이다. 얼굴 내밀기에 혈안인 인사들로 구성된, 덩치만 큰 조직의 무능과 전략 부재가 엿보인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본선 선거대책본부를 어떻게 꾸리고 운영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다.

경선은 당내 행사였지만 본선은 전 국민을 상대로 후보의 국가경영 리더십과 도덕성을 검증받는 과정이다. 그런 만큼 외부의 도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권세력이 호락호락 정권을 내줄 리 없다. 네거티브 검증 공세부터 더욱 집요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 후보에게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있고, 또 새로운 의혹 제기도 있을 수 있다. 방어만 하다가 선거일을 맞는 무기력함과 무능을 보여서는 희망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권() 능력과 국정 운영의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10년에 걸친 좌파정권의 국정 실패로 국민의 상실감은 매우 크다. 이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이를 대변한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의 소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란한 구호나, 반복되는 실정() 규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에게 희망을 줄 비전과 행동계획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휘어진 등을 펴줄 수 있는 방안이 그 첫째여야 한다.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고, 국민에게 다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중요한 가치요 생존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경쟁과 성장, 세계화를 촉진함으로써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을 내보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열을 극복하고 시대착오적 이념 갈등을 시대조화적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세우려는 자세는 기본이다.

북핵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는 문제도 중요하다. 경선과정에서 밝히긴 했지만 북을 정상국가로 유도하면서 통일의 토대를 마련하는 구체적인 대북정책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속에서 우뚝 서려면 국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방과의 동맹관계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주()의 허상에 사로잡히기보다 한미동맹을 심화 발전시키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실용외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상대 없는 싸움을 해왔다. 범여권이 아직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본선이 시작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초식동물이라면 좌파세력은 맹수라고 봐야 한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새로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