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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한국 공대 신입생들

Posted July. 09, 20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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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한 명문대 공대의 1학년 수업 시간. 한 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는 적분 기호를 가리키며 저 표시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교수는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미국의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신호(6일자)에서 한 대학 강의실에서 벌어진 거짓말 같은 사실을 소개하며 한국 과학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과학교육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도 과학 보충수업 해야

사이언스는 세계의 이공계 대학 교육이라는 특집에서 한국 고교 2, 3학년생의 3분의 2가 과학을 안 배운 채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은 이들을 위해 보충수업을 운영할 정도로 과학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소개했다.

한 예로 서울대조차 이공계 입학생 5명 중 1명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서울대가 올 3월 물리 심화과정을 듣기를 원하는 이공계 신입생 243명을 대상으로 물리 시험을 치른 결과 39명만 시험에 통과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들을 수학과 과학 실력에 따라 우열반으로 나누는 수준별 기초과학 교과 교육 개선안을 내놨다.

지나친 정부 통제가 기초과학교육 부실 불러

사이언스는 한국이 최근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액을 2배 이상 늘리면서도 과학과 수학 교육을 경시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다고 언급했다.

그 원인으로는 기초과학교육 부실을 꼽았다. 정부가 교과서 내용 및 수업내용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통제하다 보니 학생들의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

또 과학교육의 파행을 막기 위해 교육과정 재개정을 요구하는 최근 과학계의 움직임도 전했다.

이 같은 기초과학교육의 부실화는 방사성폐기물이나 고속철도 등 과학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토론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사이언스는 덧붙였다.

과학 중시하는 일본 중국과는 대조적

사이언스의 이번 특집은 세계 11개국 이공계 대학들의 교육 현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본의 게이오대는 법대나 인문계 대학생에게도 실험실에서 유전자(DNA)를 분석하도록 하는 등 융합 및 통섭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의 경우 물리학과 학생들에 대한 영어 교육을 강화해 세계적인 연구진과 직접 토론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 둥난()대 사례를 보도했다.

반면 한국은 이공계 진학 기피, 신입생 학력 저하 현상 등 기초적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사이언스 측도 취재과정에서 최근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이번 보도를 위해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 김도한 대한수학회장, 이덕환 서강대 교수, 민경찬 연세대 교수 등 많은 국내 과학계 인사를 직접 취재했다.



박근태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