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삼성전자 먹을거리 찾기

Posted June. 29, 2007 03:53,   

日本語

한국의 반도체부문 자본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제조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 수명 주기가 짧은 메모리칩에 80%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싱크 탱크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13개국을 분석해 2004년 내놓은 책 생산성 파워에서 우리 반도체산업 투자의 낭비성을 지적했다. 메모리칩의 한계를 간파한 인텔은 여기서 손 뗀 지 오래다. 인텔만이 만들 수 있는 컴퓨터의 두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속속 개발해 메모리칩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반도체 쇼크였다. 반도체 총괄 영업이익률이 4년 만의 최저수준인 12%로 급락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삼성전자는 어제 발표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510년 뒤의 먹을거리를 찾는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식의 기술 확장만으로는 턱도 없다. 소니의 워크맨, 애플의 아이팟처럼 세상을 흔들어 놓을 혁신적 신수종()이 필요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교육이 문제다. 인재를 더 천재화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기업들은 대학의 공학교육 성과에 대해 14개 항목 중 13개에 낙제점을 줄 만큼 불만이 크다는 게 연세대 공대의 조사 결과다. 전공지식뿐 아니라 창의력, 도전정신 심지어 소통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공학교육 인증제가 도입된 지 올해 8년째인데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인력 수준이 떨어졌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위기감을 느끼고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선 삼성전자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기업에서 낙제점을 받는 학생들을 길러놓고 전공지식을 잘 가르쳤다며 스스로 97점을 매긴 공대 교수들이나,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 대신 평등 교육만 강조하는 대통령은 위기라는 인식조차 없어 보인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교육과 정치의 혼돈 속에서 몸부림치는 기업이 고맙고, 또 안 됐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