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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세상 소시민의 울분 담아 냈어요

Posted March. 08, 20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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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와 함께 나오는 버디 무비 쏜다(15일 개봉, 15세 이상)에 출연한 그를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인간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고지식하게 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만 살던 남자 박만수 역.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자 홧김에 노상방뇨 한 번 했다가 잡히면서 전과 15범의 양철곤(김수로)을 만난다. 만수 앞에 얼떨결에 화끈하게 지르는 하룻밤이 펼쳐진다.

전쟁 세대인 부모들에겐 자식들 좋은 학교 보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갖게 하는 게 생존 본능이었죠. 그렇지만 지금 세상은 정석대로 산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혼란을 겪는 소시민의 이야기예요.

감정을 격렬하게 표현하는 연기라야 잘한다 소리를 듣지만 그는 평범해서 공감이 가는 일상 연기를 잘한다. 그러면서도 가슴 속에 뭔가 품고 있는 듯한. 영화 속 박만수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의외로 카레이서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예술고교를 거쳐 서울대 미대에 진학한 내성적인 소년이었던 감우성도, 배우가 된 걸 보면 가슴 속에 불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광대스러운 사람만 배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예쁘고 잘생겨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외모의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죠. 세대를 뛰어 넘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는 좀 더 폭이 넓은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화가 난 박만수는 회식 자리의 상을 뒤엎고 남의 차를 부수는 등 평소에 하고는 싶지만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보는 사람은 시원하지만 비싼 차 부수면서 NG가 날까 봐 한방에 찍어야 하니 긴장이 됐다고. 하지 말란 거 하는 놈이 잘사는 나라라는 박만수의 외침은 소시민들의 울분을 대변한다. 이는 그가 즉석에서 만든 대사.

그런 부류가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모두가 인정하지만 남의 인생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니 그냥 사는 거지. 그런 마음을 박만수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죠.

전작 왕의 남자로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1230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대종상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제작사와 투자사의 공식에 의해 저평가됐던 영화로 그런 결과를 냈다는 통쾌함을 맛봤어요.

스타 의존과 구태의연한 제작 관행, 와이드 릴리즈 개봉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나의 최선은 식상하지 않은 연기를 하는 거지만, 우리가 홍콩 영화 망하는 과정 다 봤잖아요. 한류 열풍도 끝나 가는데 그 마지막을 타고 돈만 벌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좀 더 누리고 싶다면 기존의 문제점은 피해갈 수 있어야죠.

그는 영화 홍보도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원한다. TV 나와서 몇 번 웃겼느냐로 영화 인지도는 높아지겠지만 일로 따져 보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물론 나도 웃길 줄 알아요. 그런 면까지 포함해서 배우의 스타일이 전달되면 좋은데 요즘 토크쇼는 패널이 주인공이잖아요. 난 내 방식대로 일해요.

배우로서의 자존심이 대단하다. 할 말은 한다. 솔직하다. 근데 좀 냉정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는 기자가 먹지 않은 팥죽을 챙겨 집에 가서 꼭 먹으라며 내밀었다. 포장 용기에 맛나게 데워 드세요라고 써서.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