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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엔 참을 수 있는 가벼움이 있다

Posted January. 19, 200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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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의 에쿠니 가오리에 이어 스타 작가로 자리 매김한 소설가는 오쿠다 히데오. 2005년 1월 나온 공중그네가 3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일류의 상징이 됐다. 지난해 나온 남쪽으로 튀어(전 2권)가 첫 권만 10만 부 팔리는 등 최근 2년 새 국내에 소개된 작가 중 가장 잘나간다.

공중그네는 대중소설에 수여하는 나오키상 수상작이란 점이 돋보이지만, 이 작가의 힘은 독자층을 넓힌 데 있다. 일본소설은 20대30대 초반 여성이 타깃이라는 공식을 깨고 1030대 후반 독자의 인기까지 모았다. 특히 남성 독자들에게 어필한 게 인기였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 대형서점의 분석 결과 남쪽으로 튀어의 독자 중 반 이상이 남성일 정도다. 출판평론가 이권우 씨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에 대해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진중한 주제의식을 포기하지 않는 작품, 역사와 사회문제에 바짝 달라붙어 샅바 싸움을 벌이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지금껏 익숙했던 쿨한 일본소설이 아니라 쿨하되 주제는 뭔가 묵직한게 남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형 작가는 아니지만 마니아 층이 두꺼운 이른바 폐인 작가군도 형성됐다. 미야베 미유키, 이사카 코타로 등은 작품마다 판매부수가 1만2만 부로 많지는 않지만 열혈 독자를 이끄는 작가들이다. 오쿠다 히데오도 그렇지만 이들도 여성적인 감수성에 호소해 온 그간의 소설과 달리, 문체는 날렵하되 문제의식은 무게감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모방범 스텝 파더 스텝 등이 소개된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에선 여왕으로 불리는 추리소설 작가. 킬링 타임용 성격이 강한 서양 추리소설만 보다가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 스며 있고 묘사력도 뛰어난 미야베 스타일을 접하니 새롭게 느껴진다는 게 독자들의 평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러시라이프 등 7권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일본에서 평론가와 편집자들이 좋아하는 소설가로 잘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도 마니아 작가로 꼽힌다. 간단하지 않은 주제의식이 무엇보다 특징이고, 재기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 다섯 권의 소설이 쏟아진 온다 리쿠도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이 같은 소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작가군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 국내 대중소설로는 문화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출판계의 인식이다. 오에 겐자부로를 꿈꾸는 작가뿐 아니라 아사다 지로를 닮고 싶어 하는 작가 또한 발굴해야 한다는 것. 눈 밝은 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세련된 라이트 노벨을 쓰는 한국 작가가 나올 때가 됐다는 것이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