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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않는 전임자 500명 붉은 조끼 역주행중

Posted January. 15, 200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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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또다시 파업 돌입을 하루 앞둔 14일. 울산 현대차 공장 본관 주변, 공장 등에서 취재진이 모은 소식지는 13가지나 됐다.

노조의 10여 개 파벌이 발간하는 사내 소식지다. 집행부는 물론 각 파벌이 따로 소식지를 낸다. 대부분은 노동해방을 주장하는 강경파들.

이들 파벌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강경 노선을 주장한다. 발언 수위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현대차가 노조공화국임을 노조 간부들조차 자랑스럽게 밝힐 정도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절대 죽지 않는다. 생산 현장의 조직화된 활동가만 10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 7월로 출범 20년을 맞는 현대차 노조는 4만3000여 명의 조직원이 가입으며 수십 개 파벌이 노동운동가를 양산하고 정치투쟁을 벌이는 조직이 됐다. 노조보다는 정당조직에 가까운 모습이다.

현대차의 노조 전임자는 90명. 교육위원 등 전임자 대우를 받는 위원은 120명이다. 빨간 조끼로 불리는 노조 대의원 정원은 456명이다.

회사 측은 대의원 중 상당수는 사실상 현장 노동에서 손을 뗐다며 공식적인 노조 전임자는 210명이지만 사실상의 노조 전임자는 500여 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수많은 비판에도 노조가 귀를 막고 상생()의 길을 외면하며 거꾸로 달려가는 주된 이유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3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매출 손실(회사 측 추정) 1조6000억 원으로 국내 기업 중 최고를 기록했다. 민주노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을 내세워 총파업을 벌일 때 사실상 전 조합원이 참가한 기업은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현대차가 유일했다.

경제 발전의 동력을 상실해 가는 한국호를 이끌어야 할 현대차가 오히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암초가 되고 있는 것.

이 회사가 노조공화국이라는 사실은 공장 곳곳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3일 현대차 정문에서는 일반 직원들이 명찰의 바코드로 출입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빨간 조끼를 입은 노조 간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신입 직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모두 출입 기록을 남기지만 500여 명의 노조 간부는 예외다.

1997년 노조의 요구로 전 직원의 명찰에서 직급 표시는 사라졌다. 대신 노조 간부들만 명찰에 노조 간부 표시를 한다. 대의원임을 상징하는 빨간 조끼는 특권을 상징하는 완장이 됐다. 내부에서 일선 근로자의 꿈이 명장()보다는 노조 대의원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강경파만이 살아남는 악순환의 구조에서는 온건파가 설 자리가 없다.

전임 노조 대의원인 K 씨는 지난해 노사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노조가 사측에 일부 양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그는 노조 회의장에서 자신의 뜻을 밝힐 수 없었다. 발언을 시작하자마자 강경파 대의원들이 욕설을 하고 볼펜 등의 물품들을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강경 파벌들이 선거 때마다 연합해 강성 집행부를 구성하지만 회사 측의 대응 또한 21세기형 노사관계 매니지먼트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다. 주요 고비마다 회사 측이 원칙 없이 미봉책으로 넘기다 보니 이제는 원칙이 무엇인지도 희미해진 상태다.

노조 눈치 보기는 회사 조직에서 상급자와 하급자가 역전되는 현상도 불러왔다.

지난해 9월 현대차 공장의 사무실에 노조 대의원 한 명이 들어섰다. 조직상 상급자인 부장이 뛰어나왔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관리직 L 차장은 상급자인 부장이 커피를 준비시키고 대의원에게 좋아하는 담배가 뭐냐고 물어보며 쩔쩔매더라. 이게 우리 현실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