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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4월의 공포

Posted April. 06, 20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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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하려는 외국인투자가의 달러 수요가 당분간 환율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본다.

지난달 9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렇게 예상했다. 시장 참여자들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980원대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960원 선마저 무너졌다. 박 전 총재의 예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도대체 외환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빗나간 예측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하락(원화가치 상승)한 957.3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950원대로 떨어진 것은 1997년 10월 28일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국민은행 외화자금부 노상칠 과장은 작년 초에도 박 전 총재는 3월 말4월 초 환율 상승을 예상했는데 그때는 들어맞았다며 올해는 이런 학습 효과를 거친 국내 수출업체가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 수요를 예측하고 대응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매년 3, 4월 배당금을 받아 본국으로 송금한다. 이때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데 지난해에는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

올해는 수출업체들이 이를 예상하고 비싼 값에 보유 달러를 팔기 위해 배당금 송금 수요가 본격화될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환율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자 수출업체들이 보유 달러를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아 환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은 총재의 발언이 외환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 준 사례이다. 한편으로는 한 수 앞을 더 내다보지 못하는 당국의 예측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외국인 주식 매수의 힘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지지부진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코스피지수 600 선에서 주식을 산 외국인들이 1,300에 이른 올해부터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날 것이라는 셀 코리아 전망까지 나왔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많아져 환율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5일 현재 국내 증시는 10일(거래일 기준) 연속 상승했다. 외국인은 4일 하루에만 4979억 원어치 주식을, 5일에도 3276억 원어치를 순매수(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것)했다.

우리은행 이정욱 외환시장운용팀 과장은 현재 외환 딜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외국인의 주식 매수 현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 총재는 환율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며 국내 시장 참여자들도 당국의 예측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 과장은 현 수준을 바닥으로 예상했는데 바닥이 너무 빨리 왔다며 만약 6일 환율이 추가 하락한다면 93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훈 sanhkim@donga.com